방재승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종로구 서울대 의대 융합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비대위 총회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는 30일 하루 동안 중증⋅응급⋅입원 환자를 제외하고 진료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10명 중 8명은 휴진에 참여하겠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이번 휴진을 두고 ‘비대위 차원의 권고사항에 불과하다’고 파악한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가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분당서울대병원에 근무하는 교수 1400여명을 대상으로 ‘30일 휴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627명의 44.7%에 해당하는 280명이 ‘전면 참여하겠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분 참여하겠다’고 응답한 사람도 201명(32.1%)에 달했다.

전면 참여와 부분 참여를 응답한 사람을 모두 포함하면 76.8%의 서울의대 교수들이 30일 휴진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참여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122명(20%) 정도였다. 비대위는 이번 조사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와 변화를 요구하기 위해 하루 동안 진료 중단을 제안하는데, 교수들의 입장은 어떤가?’라고 질문했다.

이런 결과는 ‘휴진은 권고사항일 뿐이다’라는 정부의 예상에서는 벗어난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전날(24일) 브리핑에서 “병원 차원의 휴진이 되려면 행정적으로 진료 스케줄이 병원장의 승낙 하에 조정이 되어야 한다”며 “그 단계까지는 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었다.

서울대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의대 교수 휴진 행정 절차에 대한 정부의 설명도 현실과는 좀 달랐다. 비대위 관계자는 휴진 행정 절차에 대해서 “소속 의사들의 휴진 여부는 각 과별로 결정하는 것으로, 병원장의 승낙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며 “예약된 환자는 절차에 따라 진료 일정을 미루면 휴진이 가능하고, 진료가 없는 사람들은 나오지 않으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30일 휴진하는 교수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가칭)를 주제로 콘퍼런스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의 배우경 교수는 “콘퍼런스에 참석할 연사와 참여자를 모으고 있다”며 “예상보다 30일 휴진을 하겠다는 인원이 많고, 콘퍼런스에 참석을 원하는 인원도 많아서, 좀 더 넓은 장소를 찾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설문조사는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비대위 설명이다. 휴진을 예고한 30일 다음 날이 ‘근로자의 날’로 휴무라서,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이틀 연속 외래 진료 등은 하지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응급 중환자를 보는 필수 의료 의사들만 업무가 가중되는 것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30일 휴진에 소속 교수들의 참여가 어느 정도인지 현재 파악 중이다”라며 “예약된 환자들이 당일 병원을 방문해 허탕을 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