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모두 12명의 의사·치과의사·약사·간호사가 당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총선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으로 의·정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치러졌는데, 의사 당선자는 21대 국회와 비교해 크게 늘어난 반면 약사 출신의 숫자는 줄어 관심을 끈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총선 투표 결과에 따르면, 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중 의사 출신은 모두 8명이었다. 21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용빈·신현영 의원 등 2명에 불과했는데 무려 4배로 늘었다. 지난달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최종 등록된 22대 국회의원 후보자 명단 기준으로 모두 16명의 의사 출신 후보가 출마했는데 절반이 당선된 셈이다.
범여권에서는 모두 4명이 당선됐다. 국민의힘 지역구 후보였던 경기 성남 분당갑의 안철수 당선인, 서울 강남갑의 서명옥 당선인과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국민의미래의 인요한·한지아 당선인이 주인공이다.
안 당선인은 서울대 의대를 나와 단국대 의예과 학과장을 지낸 후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안랩 이사회 의장 등 벤처 신화를 써 내려간 뒤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와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서 당선인은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보건복지부 산하에서 인체 조직 이식재를 채취·가공·분배하는 한국공공조직은행장을 지냈다.
인 당선인은 연세대 의대 출신으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을 맡았다. 지난해 말까지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았었다. 한 당선인은 가톨릭대 의대를 나와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활동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는 경기 오산의 차지호 당선인과 비례대표 김윤 당선인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각각 동아대 의대와 서울대 의대를 나왔다. 차 당선인은 맨체스터대 인도주의·분쟁 대응 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교수로 근무하기도 했다. 김 당선인은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로 큰 폭의 의대 증원을 주장해 왔다.
기타 정당에서는 개혁신당의 이주영 당선인과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선인이 의사 출신이다. 이 당선인은 순천향대 의대를 졸업하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활동했고, 김 당선인은 서울대 의대를 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 초선의원이었던 이용빈·신현영 의원은 공천장을 받지 못했다.
이들 중 더불어민주연합 김윤 당선인과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선인은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의 김용익 교수 직계로 분류된다. 김용익 교수는 지난 1987년 9월 국내 최초로 의료관리학교실을 설치해 보건의료 정책을 연구했다. 1994년 의료보험 통합일원화에 앞장섰고, 지난 19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다. 2017년부터는 2021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한 ‘문재인 케어’를 이끌었다.
치과의사는 21대 국회의 민주당 신동근 의원 대신 서울 중구·성동구갑에 출마한 민주당의 전현희 당선인이 명맥을 잇게 됐다.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전 당선인은 지난 18대·20대 국회의원이었기에 4년 만에 3선 중진의원으로 국회에 돌아오게 됐다. 신 의원은 공천을 받지 못했고, 경기 의정부시 갑에 출마했던 개혁신당 천강정 후보는 낙선했다.
간호사 출신으로는 21대 국회에서도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한 민주당 이수진 당선인이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서 당선돼 지역구 재선의원이 됐다. 이 당선인은 연세의료원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더불어민주연합에서도 전종덕 당선인이 진보당의 추천으로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됐다. 전 당선인은 조선대 간호학과를 나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본부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국민의힘과 합당한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도 간호사 출신의 21대 국회의원이었지만 22대 총선 당선증은 받지 못했다.
크게 늘어난 의사, 변동이 없는 치과의사·간호사와 달리 약사는 오히려 당선자 수가 줄었다. 21대 국회에서 4명이었던 약사 출신 국회의원은 새 얼굴 없이 민주당 서영석 당선인 1명만 생환했다. 서 당선인은 성균관대 약대 출신으로 경기 부천시 정 지역구에서 재선의원을 확정 지었다. 한의사는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과학기술인들도 22대 국회의원이 됐다.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출신의 황정아 당선인은 대전 유성구 을 선거에서 당선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물리학으로 학·석·박사를 받고 천문연의 우주과학본부 태양우주환경그룹 책임연구원으로 일했다. 대학원 재학 중 한국의 첫 천문·우주과학 실험용 위성인 과학기술위성 1호(우리별 4호)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비판하며 민주당에 영입됐다.
국민의미래에서는 탈북자 출신 연구자 박충권 현대제철 책임연구원이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됐다. 박 책임연구원은 북한 김정은국방종합대 화학재료공학부를 졸업하고, 탈북 후 서울대 재료공학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경기 평택시 을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정우성 포스텍 물리학과·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평택을 반도체 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왔으나 낙선했다. 국민의미래 후보로 나선 나노섬유 분야 연구자인 김익수 일본 신슈대 섬유학부 석좌교수도 비례대표 순위 계승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려 국회 입성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한국 지질학계에서 최초로 공룡 화석을 발굴한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도 더불어민주시민연합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으나 당선에는 실패했다. 녹색정의당 1호 영입 인재였던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도 고배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