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의료계가 합리적 방안을 제시하면 의료 정책을 논의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병왕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료계가) 집단행동을 접고, 과학적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의료계 내 통일된 더 합리적인 방안을 제안한다면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51분에 걸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산출 근거와 당위성을 상세히 설명했다. 의료계를 향해선 "과학적 근거를 갖고 통일된 안을 제시하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의료계와의 대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다만,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집단행동을 하면서, 과학적 근거와 논리 없이 주장만 반복하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면서, 의료 개혁의 이행 방안과 이를 위한 투자 우선순위 등 구체적인 의료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정부에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전 실장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국가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의료 개혁을 시작했다"며 "반발이 심한 어려운 길이라는 걸 알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되기에 추진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의 갈등을 조속히 수습하고 의료 개혁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이후 의료 공백 장기화로 한계를 호소해 온 의대 교수들이 이달부터 주 52시간 단축 근무에 돌입했다. 이에 외래 진료와 수술과 입원 진료 감소가 불가피하다.
응급실 상황도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실장은 "국가응급진료정보망에 '중증응급질환 중 일부 진료 제한'이라고 뜨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3월 첫주 10곳에서 마지막 주 14곳으로 다소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가응급진료정보망'은 중앙응급의료센터가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응급실과 중환자실 입원병상 유무·응급질환별 의료기관 진료가능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심근경색·뇌출혈·산부인과응급 등 27개 중증응급질환의 진료 가능 여부를 보여주는데, 이 중 하나라도 '불가능' 메시지가 뜨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는 44곳이다.
전 실장은 "집단행동 장기화로 의료 역량이 다소 감소하는 상황이 일부 감지되고 있다"며 "응급의료기관의 진료 역량을 면밀히 살펴 응급환자가 적정 의료기관으로 이송되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도권·충청권·경상권·전라권 4개 권역에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열고, 권역 안에서 공중보건의사·간호사·1급 응급구조사 등이 전원이 필요한 응급 환자를 받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배치하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진료 협력체계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전날 중대본은 비상 진료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병원별 수요를 고려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 기존에 파견된 군의관과 공보의는 413명이다. 또 시니어 의사 4166명 중에서 신규 채용하거나, 퇴직 예정 의사를 계속 고용 또는 재채용한 의료기관에 채용지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개원의나 봉직의 개인이 희망할 경우,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진료 지원 간호사(PA)도 필요시 추가 채용한다. 전병왕 실장은 "현재 약 4877명의 진료 지원 간호사에 더해 1900명을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진료 지원 간호사 근무에 어려움이 없도록 교육·훈련 지원과 수당 지급 등 재정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종합병원 중 상급종합병원 환자의 신속한 전원과 협력·진료를 위해 지정한 '진료협력병원'도 확대한다.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100% 가산하고, 심폐소생술과 기관 삽관, 고압 산소요법 등 응급실에서 시행하는 68개 응급의료행위를 150% 가산하기로 했다. 또 응급의료기관이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해 배정된 중증 환자를 진료한 경우 약 7만원의 배정지원금을 지급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에서 24시간 내 중증·응급 수술을 하면 처치와 수술료를 150% 가산한다. 중증 환자 입원 진료를 위해 고난도 처치 등이 필요한 경우 입원료의 100%를 추가로 보상한다. 특히 전문의가 중환자실 환자를 진료할 경우 입원환자 한 명당 하루에 2만5000원의 정책지원금을 지급한다.
지난달 12일 문을 연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는 지난 26일 익명성 보장 강화와 함께 신고접수 대상을 '의대 교수'까지 확대했다. 지난 29일에는 복지부 홈페이지에 온라인 신고 게시판을 구축했다.
전 실장은 "앞으로는 전화 또는 문자 메시지뿐만 아니라 복지부 누리집 게시판을 통해서도 누구나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다"며 "정부는 접수된 신고 건에 대한 신속한 사실관계 확인과 후속 조치 등을 통해 환자 곁을 지키려는 전공의, 교수님들을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전 실장은 "서울 주요 5대 병원 교수님의 절반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고 환자 곁을 선택했고, 실제로는 진료를 계속하겠다는 분들도 많이 있다"면서 "의료 현장이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전공의들은 즉시 소속 병원으로 복귀하고, 의대 교수님들도 사직서를 철회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