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 전공의 전용공간에 신입 전공의 모집 안내문이 붙어있다. 최근 의정 갈등 속에서 임용을 거부한 인턴들은 이날 상반기 수련을 위한 임용 등록이 끝난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열린 대화'를 제안하고 대통령 정책실장이 "숫자에 매몰되지 않겠다"며 유연한 입장을 처음으로 보였지만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은 요지부동이다.

이런 사이 필수의료의 보루인 대형병원 응급실 운영마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의료계에서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게, 정부가 좀 더 확실히 양보의 메시지를 내 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를 포함해 19개 의대 임상교수들이 주축인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들이 이번 의료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공의들과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상급종합병원의 관계자는 "전날 대통령 담화문이 '열린 대화'가 주된 내용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라며 "전공의를 설득하려고 해도, 정부 태도 변화가 없으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담화문을 발표하고, 성태윤 실장이 직접 나서 정책 변경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전공의들이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날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비대위원장은 전공의와 의대생의 96%가 병원 복귀 선결 조건으로 '의대증원·필수의료패키지 백지화'를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는 "이는 윤 대통령의 담화를 듣고 복귀할 전공의와 학생은 아무도 없을 것이란 뜻"이라고 해석을 내놨다. 올해 상반기 전국 수련병원 인턴 임용 등록 실적도 저조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 중증 응급진료에 해당하는 필수의료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가응급진료정보망에 '중증응급질환 중 일부 진료 제한'이라고 뜨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3월 첫주 10곳에서 마지막 주 14곳으로 늘었다.

'국가응급진료정보망'은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 44곳의 응급실과 중환자실 입원병상 유무·응급질환별 의료기관 진료가능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이들 병원의 심근경색·뇌출혈·산부인과응급 등 27개 중증응급질환의 진료 가능 여부를 보여주는데, 최근 '진료 불가능' 메시지가 뜨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집단행동 장기화로 의료 역량이 감소하는 상황이 일부 감지되고 있다"라며 "외래 진료·수술 등의 감소가 불가피한 점을 고려해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배치하고 종합병원의 협력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좀 더 확실한 메시지를 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의 배우경 교수는 "전날 대통령의 담화문을 보면, 태도 변화를 읽기가 어렵다"라며 "전공의들을 설득해 테이블로 이끌어 내려면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좀 더 명확하게 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진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도 각자 환자 치료를 돕기 위해 나서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날 류옥씨는 "병원을 떠난 것이지 환자를 떠난 게 아니다"라며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함께 '전국 암 환자 및 만성질환자 분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환자 정보를 취합해, 응급 상황은 아니지만, 진료가 지연되면 위험한 중증환자를 선별해 의대 교수와 매칭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의료전달체계 복원에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과 방재승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휴학 학생들과 사직 전공의들의 봉사활동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