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젖소가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사례가 발견됐다. 미국 농무부는 공급되는 우유는 안전하다고 발표했지만, 소 사이에서 직접 퍼지는 감염 방식에 대해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5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와 캔자스주 3곳에선 AI인 H5N1에 감염된 젖소가 발견됐다. 젖소가 AI 걸린 게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농무부는 이날 캔자스주의 낙농장 두 곳과 텍사스주 낙농장 한 곳에서 수집한 우유 샘플에서 H5N1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텍사스에서는 소 인후 면봉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AI로 죽은 젖소는 아직 없다.
AI는 주로 나이가 많은 젖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에 감염된 젖소는 식욕 감소와 발열, 우유 생산량 감소와 같은 증상을 보인다. 아픈 젖소는 주로 우유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바이러스가 발견된 우유는 걸쭉한 시럽 같은 농도로 변했다.
다만 AI에 걸린 젖소가 발견됐다고 해서 우유 공급에 차질을 주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농무부는 저온살균을 거쳐 감염된 젖소의 우유 안에 들어있는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식품의약국(FDA)도 “현 단계에서는 상업용 우유 공급의 안전이나 소비자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AI가 다른 포유류 사이에서 직접 감염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젖소 감염이 확인되기 전 미네소타주에서 새끼 염소 한 마리가 AI가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레고리 그레이(Gregory Gray) 미국 텍사스대 의대 교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미국 내) 여러 주에서 발견되는 젖소 AI 감염은 걱정스러운 현상”이라고 밝혔다.
젖소에 영향을 미친 AI가 새로운 돌연변이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국립수의학연구소는 젖소 AI 감염과 관련된 예비 연구에서 바이러스에 돌연변이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공중보건 당국도 젖소 AI 샘플에서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높은 유전적 돌연변이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간에 대한 감염성이 없더라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스테이시 슐츠-체리( Stacey Schultz-Cherry) 미국 세인트주드아동연구병원 교수는 “젖소는 AI에 취약한 종으로 생각되지 않았다”며 “지난 몇 년 동안 야생 조류를 황폐화한 AI의 또 다른 걱정스러운 전환”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