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재 비플러스헬스케어 대표이사. /비플러스헬스케어

"의료 현장에서 몸소 느낀 비효율을 기술로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환자와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창업의 시작이었죠."

의사 출신 기업가 정훈재 비플러스헬스케어 대표의 얘기다. 정 대표는 22일 서울 강남구 비플러스헬스케어 서울사무소에서 "비교적 이른 나이에 병원 경영을 하면서 무겁고 경직된 병원 조직에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고 싶었다"며 창업 계기를 소개했다. 정 대표는 "디지털 스마트 기술을 접목해 병원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개선해 보고자 2017년 부민병원에서 사내 벤처기업으로 창업했다"고 말했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정 대표는 인제대 의대를 졸업하고 부민병원 미래의학연구원 원장, 벤처캐피탈 빅무브벤처스 대표도 맡고 있다. 앞서 그는 서울부민병원 진료과장과 부장을 거쳐 병원장을 역임했다.

비플러스헬스케어는 인력과 규모 등 외형적인 성장을 거쳐 2020년부터 시장에 여러 헬스케어 솔루션을 선보였다. 150개 주요 증상 문진 기반 솔루션 '어디아파1.0′, 자동 문진 표준화 도구를 개발해 접목한 '스마트문진', 2022년 비대면 서비스 앱을 개발해 정식 출시한 '어디아파2.0′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모두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효율을 내야 하는 한국 의료의 팍팍한 현실을 빗댄 소위 '3분 진료'를 해소하기 위한 도구라고 볼 수 있다.

환자가 병원에 왔거나 오기 전 자신의 증상을 간편하게 '어디아파' 앱에 입력하면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으로 증상 정보가 전송돼 의사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료에 들어갈 수 있다. 병원에 직접 방문해 서류를 떼는 등 번거로웠던 실손보험 청구도 앱을 통해 간편하게 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스마트 문진'으로 환자 데이터가 수집되고, 이를 이용해 진료와 연구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병원에서 복잡한 절차를 간편화해,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비플러스헬스케어는 '스마트문진'을 고도화해 발전시킨 '초진차트(First Visit Patient Chart)' 플랫폼을 올해 선보인다.정 대표는 "이달 말 베타 서비스를 선보이고, 부민병원과 외부 병원들에서 테스트를 우선 한다"며 "개선사항에 관한 피드백을 받고 개선 작업을 거쳐 하반기 정식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스마트문진'과 '초진차트'를 개발한 이유에 대해 "문진은 의료행위의 시작으로, 의사와 환자가 처음 만나 의사가 질문을 해 나가면서 질병을 예상 가능한 카테고리로 점점 좁혀가는데, 그동안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문진이 과학적으로, 효과적으로 정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진을 체계화, 표준화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치 있는 데이터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서비스의 주요 목적"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비정형의 다양한 데이터들을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게 필요한데, 이를 알고리즘·표준화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면서 "스마트문진과 초진차트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결합한 '하이브리드 문진'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표준화해 의료진의 EMR 입력 시간을 단축하고, 실질적인 진료 시간을 늘리는 등 진료 효율을 높이는 게 이 서비스의 핵심"이라며 "또 양질의 문진·초진 데이터를 토대로 재진과 자문, 타 진료과에서의 진료 활용 등 임상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개발 기술을 설명하자면, 증상에 따라 의학적으로 필요한 질문지를 선별해 제공하고, 다양한 질문을 통해 환각 현상(언어모델이 실제로는 없거나 사실이 아닌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현상)을 최소화한다. 비플러스헬스케어 고유의 진단 알고리즘을 적용해 거대언어모델(LLM) 프롬프트(Prompt)로 사용해 양질의 질문과 해답을 도출한다. 프롬프트는 사용자가 원하는 출력을 생성하고자 할 때 LLM을 안내하기 위해 특정 입력 텍스트와 질문 텍스트를 의미한다.

비플러스헬스케어는 '초진차트'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각종 기반 기술을 연구·개발했고, 작년 10월부터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개발을 진행했다. 정 대표는 "다양한 언어 표현을 LLM이 이해하기 쉬운 의학용어로 맵핑해 성능을 최적화, 고도화하는 개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초진차트가 실제 여러 의료기관에서 잘 활용되도록 하는 게 1차 목표이고, 더 나아가 축적된 데이터들을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로 진화, 확장하는 게 2차 목표"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SK텔레콤 투자관리팀장 출신의 최형섭 공동대표와 함께 벤처캐피탈(VC) 빅무브벤처스를 2022년 1월 설립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 3월 '빅무브 바이오헬스케어 투자조합'을 결성했고, 올해 '빅무브 제2호 ESG 전용 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