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사직서를 내고 근무지를 이탈한 가운데 정부가 제시한 복귀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지 8일째인 이달 28일 곳곳에선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주요 수련 병원들이 전공의들이 대거 자리를 비운 병원들은 수술실과 응급실 운영 규모를 크게 줄여 응급·중증 환자 수술만 하고 있다. 전공의 공백 속 신규 외래 진료 예약을 받지 않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기준 99개 수련병원(자료 부실 제출 병원 한곳 제외)에 대한 점검 결과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전체 약 80.8% 수준인 9937명으로, 아직까지 병원 측은 이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근무지를 떠난 전공의는 약 73.1%인 8992명으로 확인됐다.
이날 전공의 비중이 큰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아직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을 체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28일 오후 2시 기준) 현재까지는 집단으로 근무를 중단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복귀 의사 통보 여부 등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일부 전공의들이 복귀 움직임도 보인다. 서울 건국대학교병원 소속 전공의 12명이 지난 26일 복귀했다. 건국대병원 전공의 수는 2022년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집계 기준 인턴 29명, 레지던트 169명 등 총 198명이다.
서울 소재 한 종합병원에서 현재 인턴으로 활동 중인 A씨는 "3월부터 서울대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하는데 근무를 이어갈 것"이라며 "인턴 근무를 마치고 레지던트로 합격한 동료들 중에 각 수련병원에서 근무를 이어가겠다는 의견도 제법 많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를 표방하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개설됐다. 해당 계정 운영자는 '2024년 의대생의 동맹휴학과 전공의 파업에 동의하지 않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모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는 게시글에서 "의대생의 경우 집단 내에서 동맹휴학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색출해 낙인찍고 있으며, 찬반의 문제 이전에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한 채 선배의 지시를 기다려야만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 운영자는 "위기에 놓인 환자들을 위해, 집단행동에 휩쓸리고 있는 의대생·전공의를 위해, 더 나은 의료를 고민하는 시민들을 위해 활동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마지노선 29일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게 주요 병원들의 중론이다. 현재 병원들은 교수와 전임의로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우고, 수술과 외래 진료를 절반으로 축소하며 비상진료체계를 가동 중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7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전공의 수 기준 51∼100위 50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한 현장점검을 이번 주 안으로 완료해 근무지 이탈자를 확인할 계획"이라며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사법절차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변함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오는 29일까지 복귀할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면서 "29일까지 병원에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면허를 박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진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특히 개정된 의료법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의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의회는 이날 "필수의료 최전선에 가장 고되고 과중한 업무를 묵묵히 담당해온 전공의를 대상으로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의 '소송을 부추기는 언행'과 경찰청장의 '전공의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듯한 발언'들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전공의와 교수단체를 포함한 의료계와 원점에서 전면 재논의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전날 오후 6시 기준 보건복지부의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당일 상담 건수는 48건이었다. 이 중 26건은 피해 신고서가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수술 지연이 21건으로 대다수였다. 피해 신고 센터가 가동한 지난 19일부터 누적 상담 수는 671건, 이 중 피해 신고가 접수된 건 304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