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최후통첩에도 당사자인 전공의들이 복귀할 뜻이 없어 보인다.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가 만 명에 육박한 가운데, 정부는 공익(共益)을 위해 전공의 진료 거부는 물론 사직을 제한할 수 있다는 법률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불가피한 의료 사고에 대해서는 사법 절차 진행을 제한하고, 형을 감면하는 내용의 의료사고 특례법 초안을 공개했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전국 주요 99개 수련병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수가 9009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소속 전공의의 약 80.6%에 해당한다.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의 약 72.7%인 8939명으로 확인됐다.
앞서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복귀의 '데드라인'으로 오는 29일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서 3월부터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미 복귀 전공의는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기소 수사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그 대신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가 29일까지 복귀할 경우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전날 밝혔다.
이날 정부는 각 병원에 '진료유지명령'도 발령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수련병원과 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수련병원 레지던트 과정에 합격했는데도 계약을 포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정부는 미복귀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위한 법률 검토도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공의들의 사직이 직업 선택의 자유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공익이나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이 가능하다"라며 "현행 의료법 체계에서 충분히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점검 결과 경증 환자의 의료 이용에는 일부 불편이 있으나 중증 환자 진료에는 큰 차질이 없다고 정부는 밝혔다. 그러나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은 커지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신규환자 입원은 24%, 수술은 50%가량 줄었다. 이들은 모두 중등증 또는 경증 환자다.
박 차관은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구성이 55%는 중증 환자, 45%는 중등증 또는 경증 환자"라며 "외래 진료량 감소 폭이 2.5%로 미미한 점을 감안하면 중증 환자를 진료할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즉각 대응팀'을 신설했다. 이 팀은 '지원팀'과 '현장 출동팀'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전날(26일) 대전에서 80대 심정지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는 합동 현장 조사를 했다. 박 차관은 "사망한 환자는 말기 암 환자였고, 응급실 뺑뺑이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파악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응급의료 프로세스와 체계에 전반적 재점검을 진행하겠다"라며 "현장의 응급실 의료진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대처하는 만큼 현장과 마찰 없이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공의가 수련병원과 재계약을 포기하는 것에도 진료유지명령을 내렸다. 이 항목에 위헌적 요소는 없나.
"법적 검토에서 현행 의료법 체계에서 충분히 명령이 가능하다는 자문을 받았다. 기본권도 공익이나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서 일정한 범위 내에서 또 제한이 가능하다."
-진료유지명령을 두고 전공의들이 압박감을 호소한다.
"법적인 명령이기 때문에 압박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실제 내용은 진료를 원래 예정돼 있던 스케줄대로 유지해 달라는 내용이다. 좀 더 설명하면 진료유지명령은 전공의들이 병원에 이미 합격해서 약속이 돼 있었던 것은 진료유지를 해 달라는 명령이다. 현재 전공의들은 각 기관에 지원해 합격통지를 받아, 병원에 들어오기로 돼 있고, 병원은 이를 전제로 진료계획이나 예약을 받아뒀다."
-진료유지명령 대상에 전임의(펠로우)도 포함되나.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전임의(펠로우)로 가는 것은 구체적인 사안을 봐야 한다. 병원과 사전 약속이 돼 있는 상황이면 동일하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의료사고특례법에 위헌 소지는 없나. 법을 보면 의사가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할 경우 환자가 사망해도 형이 감면될 수 있게 했다.
"그렇다. 특례법을 보면 중·상해의 경우는 특례가 적용되면 기소와 같은 사법 절차가 아예 진행을 안 한다. 대신 사망은 사법 절차는 진행하지만 형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한다. 일반 사건에 비해 형을 감면하는 특례를 주는 것이다. 다만 이런 부분들은 국회에서 입법을 하는 과정에도 추가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의료 사고 입증책임을 환자에게만 부과하는 현행법은 문제가 없나.
"의사가 의료사고특례를 적용받으려면 중재조정 절차를 수용해야 됩니다. 중재 절차가 들어가면 전문적인 평가, 감정이 이뤄진다. 실질적으로는 환자 입장에서 상당한 입증책임의 부담이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 즉각대응팀의 역할은 뭔가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사고가 났을 때 제대로 대응됐는지 신속 파악하기 위한 대응팀이다. 피해센터를 통해서 접수한 경우에도 심각한 것들은 별도 대응팀으로 추가 조사를 할 수 있다."
-의료사고특례법에 위헌 소지는 없나.
"(한상형 법무부 형사법제과장) 의료 행위는 우발적 교통사고와는 달리 사망이나 중상해와 같은 생명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이 허용한 위험을 감수한 행위이기 때문에 교통사고와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모든 의료행위로 발생한 중상해는 헌재 결정과 상충될 수 있기 때문에 필수의료 영역에 한정해서 이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으로 법안을 마련했다."
-의료사고특례법을 왜 하는 건가.
"그만큼 우리나라 지금 필수의료의 상황이 매우 열악하고 어렵다는 뜻이다. 정책적으로 이 보호막을 설정해 주지 않으면 필수의료 분야에 의료진들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는다. 국민들이 제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입법을 추진했다. "
-법 제정은 언제까지 추진하게 되나.
"정부 초안을 기초로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한다. 국회에 협조 요청을 해서 신속하게 입법 논의를 진행하겠다. 이 밖에 법 개정 예산 반영 등 의료개혁위원회가 해야 할 역할이다."
-의료사고특례법에 대한 환자단체의 반대는 없나
의료 소송 100건 가운데 1건 정도만 환자가 승소한다. 형사 승소를 못하면 민사도 어렵다. 정부는 책임보험을 기초로 그 위에 종합보험을 추가로 두텁게 가입하도록 한다. 환자 입장에서도 지금의 구조와 비교해 보상 배상의 규모도 커지고, 보상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환자 입장에서도 저는 훨씬 피해의 구조가 신속하고 충분히 이루어지는 구조가 된다."
-그렇다면 의료인은 나빠질 게 없는건가.
"의료인들은 이같은 배·보상 종합보험에 가입했을 일정한 범위 안에 해당하면 사법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법적 보호를 받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가 서로 윈-윈하는 제도적 구성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