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기도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에서 응급실 의료진이 환자 상태 등을 모니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은 환자 A씨는 얼마 전 요관 스텐트 제거를 위해 수술 받은 대학병원에 찾았다가 헛걸음을 했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스텐트를 제거할 인력이 부족한 때문이었다. 대학병원은 시술이 가능한 인근 협력 병원을 안내했다. 이 병원도 예약이 밀렸는지 일주일 가량 기다려야 한다고 답했다. 요관 스텐트는 수술로 좁아진 요관에 스텐트를 넣어 소변이 흐르는 통로를 확보하는 기술이다. 수술 상처가 아무는 2~3개월 후에 제거한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진 가운데 환자들의 불편은 계속되고 있다. 간호사와 교수들은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 공백을 메꾸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의료계는 시간이 지체되면 남아있는 의료진들의 피로가 누적돼 병원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같은 '파국'을 피하려면 정부와 의료계 한발씩 물러나 타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전공의 '공백'에 주말 응급실 축소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은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후 주중 수술 일정을 30~50%로 줄인 데 이어, 주말 응급실 운영을 축소했다. 일부 병원들은 진료과별 여력을 확인해 항암 치료를 위한 입원 병상 수도 줄이고 있다.

주말인 이날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은 뇌출혈 수술도 중환자실이나 마취과 지원 여부에 따라 부분 수용 가능하다고 공지했고, 성인 위장관 응급내시경이나 담낭담관질환 분야는 신규 환자를 아예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심근경색 재관류중재술 역시 인력 부족으로 인해 부분적으로만 응급 시술이 가능한 상태다. 안과 응급수술도 외래 접수가 가능한 경우에만 수용할 수 있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 병원은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의 50%를 축소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내주부터 수술 일정을 40∼50% 줄이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도 성인 단순 봉합 환자는 받지 않는다.

의료계에서는 남아있는 의료진이 피로누적으로 병원을 떠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의대교수들 사이에서 진료 현장을 떠나겠다는 '겸직 해제' 발언까지 나왔다. 병원 진료 업무는 하지 않고 강의만 하겠다는 것이다. 공공병원인 전국 6개 보훈병원 전공의 135명 중 90명(66.7%)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 의협 "끝까지 저항"…의대 교수들 '중재' 움직임

내주 항암 치료 등 대학병원 예약을 앞둔 환자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암환우회에서는 "월요일 항암 치료 예약을 해 뒀는데, 당일 취소되는 사례도 있느냐"는 질문이 올라오고 있다. 중환자단체 커뮤니티에서는 "전공의 파업으로 빨리 퇴원하지 못하고, 기다렸다가 수술을 집도한 교수님에게 퇴원 설명을 듣고 퇴원을 했다"는 글도 올라왔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전국 16개 시·도 의사들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해 마무리 집회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2.25/뉴스1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속한 대학병원과 의과대학 소속 교수들은 '중재' 에 나섰지만 실효성이 있을 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서울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와 만나 신속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도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전국 16개 시·도 의사들이 대표자 비상회의를 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한다면 전체 의료계가 적법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의결했다. 이들은 비상회의 이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해 시위를 이어갔다.

정부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본부장 국무총리) 회의를 열고 전공의들의 집단행동과 관련해 검경 협력체계를 구축해 신속한 사법처리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집단행동과 관련한 법률 자문을 하도록 보건복지부에 검사를 파견하기로 했다. 전국 일선 검찰청도 검·경 협의회를 개최해 경찰과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전공의 집단사직·진료중단과 관련해 복지부는 의료계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집단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 등의 명령을 내린 상태다. 진료 중단이 확인된 전공의들에게는 업무개시(복귀)명령 후 불응 시 '의사면허 정지·취소' 등의 행정조치와 고발 조치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