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대립하는 정부와 의료계의 첫 TV 공개토론에서 의료계 파업이 짧으면 2개월, 길면 6개월 이상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양측은 "의대 증원을 더는 늦출 수 없다", "선후관계가 바뀌었다"며 팽팽하게 맞섰다. 정부는 의사 수가 부족해 지방 필수의료가 악화된다고 주장했고, 의사 단체는 한국의 높은 의료 접근성을 이유로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 "이번에도 의사 파업에 굴복하면 의대 증원 논의 못해"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학과 교수는 20일 밤 11시 30분 '의대증원 충돌…의료대란 오나' 주제로 열린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의협은 2000년 이후 의사 파업으로 정부 정책을 매번 무산시켰고, 이번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번 파업이 짧아도 2∼3개월, 길면 반년 이상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파업에 이번에도 굴복해서 정부가 증원에 실패하면 언제 다시 논의하게 될 수 있을지 모른다"며 "파업으로 인한 고통보다 증원하지 못해 겪을 국민들의 미래 피해가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 단체는 정부의 내년도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확대 정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정부 정책에 반발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뒤, 근무를 중단했다.
김 교수는 이날 TV토론에서 유정민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팀장과 함께 의대 증원 찬성 측 인사로 참석했다. 의대 증원 반대 측 인사로는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과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나왔다.
의대 증원 찬성 측은 의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필수의료로의 의료 인력 배분 문제 역시 혼재돼 나타난다고 봤다. 유 팀장은 "의사는 현재도, 앞으로도 부족할 것으로 진단된다"며 "이미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공백으로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고,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급증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절대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한 부분도 있고 이렇다 보니 의사를 구하기 어렵고, 이 인력들이 수도권에 모두 집중하고 있다"며 "의사 수 부족 문제가 (의사인력) 배분 문제를 악화한다"고 주장했다.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측은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 국민들의 외래 이용 횟수와 동네 의료 접근성 등을 고려해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출생아가 줄어들고 있어 의대 정원을 그대로 두더라도 앞으로 (상대적인 의사 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국민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5배 수준으로 의료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산술적으로 따지면 경기도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경기도민들은 빅5 병원 등 서울에 있는 병원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취약지라고 말하지 않는다"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2021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6명으로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데, OECD 국가들은 최근 의대 증원을 크게 늘렸다"며 "OECD의 최근 증원을 반영하면 우리나라가 2배 늘리지 않는 한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역 종합병원에서 의사를 구하지 못해 연봉이 오르고, 전공의들이 주 80시간 이상 과도하게 근무하고,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진료보조인력(PA)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의사가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서울을 제외한 중소도시나 의료취약지에서 부족한 의사 수를 계산해보면 2만명이 넘는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암환자라면 KTX를 타고 몇 시간 이동해 서울에서 진료를 받아도 되지만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 환자의 경우는 '골든타임'이 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 근처에 좋은 병원이 없으면 사망률이 올라가게 돼 있다"며 전국에서 가장 사망률이 높은 곳이 경기도 여주·이천이라는 통계를 소개했다.
◇ "필수의료 강화 의료체계 개선 선행해야"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정 교수는 의사 수 부족에 대한 의견은 보류했다. 그는 "의사 수가 과연 부족한지 지금 단정 지어 답변하기 어렵다"며 "평균 수명과 의료 접근성 모두 한국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의대 증원 규모가 너무 크고, 정부가 기대하는 의대 증원 효과가 발현되는 시점도 너무 늦다고 지적했다. 의대 쏠림 현상 등 과도한 의대 증원으로 생길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정 교수는 "지금의 의료체계에 변화 없이, 필수의료 정책 논의 없이 증원이 이뤄지면 이공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 2000명이 의료계로 넘어온다"며 "의대 쏠림으로 인한 국가적 피해도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에 앞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 등 의료체계 개선이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의대 증원 논란이 다른 모든 정책 논의를 잡아먹고 있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의사와 정부는 지금 갈등 있는 것처럼 비치지만 장기적으로 협력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정책 갈등 상황에서 필수의료 발전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 측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준비한 정책들을 나열했다. 유 팀장은 "저희는 의사 수만 늘리겠다고 말한 적 없다"며 "지역에 소위 '빅5′ 역량 갖춘 병원 만들고 좋은 인력 배치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지역 및 필수의료 분야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정책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의대 증원이 지역의료 불균형을 강화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이 회장은 "지역의사제라는 제도는 성적이 크게 떨어지는 사람을 뽑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의 인재를 80% 뽑아보라"라며 "대한민국에 있는 똑같은 학생인데 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반에서 20등, 30등 하는 사람이 의대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