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반발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전공의 단체 회장은 수련을 포기하고 사직한다고 밝혔고, 한림대 의대 4학년 학생들은 동맹휴학 의사를 밝혔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15일 페이스북에 “오는 20일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회장은 전공의 수련을 포기한 데 따라 전공의 단체 회장직도 내려놓는다. 그는 현재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전공의로 근무하고 있다.

박 회장은 “죽음을 마주하며 쌓여가는 우울감, 의료 소송에 대한 두려움, 주 80시간의 과도한 근무 시간과 최저시급 수준의 낮은 임금 등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겠다”라며 “인수인계 등에 차질이 없도록 2월 20일부터 3월 20일까지 30일간 병원에서 성실히 근무한 후 세브란스병원을 떠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 신분이 종료되는바 이후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어 3월 20일까지만 회장 업무를 수행하게 됨을 공지드린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향후 대의원 총회를 열어 박 회장 사퇴에 따른 보궐 선거와 운영 방식을 논의할 예정이다.

의료계에서는 박 회장이 글에서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밝힌 것을 두고, 이른바 ‘개별적 집단행동’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대전협은 지난 12일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박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의결했으나, 총파업 등 집단행동의 구체적 방향은 정하지 않았다. 정부가 의사 집단행동에 엄정대응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전공의들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집단행동을 하는 방안을 고민해 왔다.

수련 기간 종료에 맞춰 재계약을 맺지 않거나, 개인적인 이유로 줄줄이 사직한다면 정부가 집단행동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할 경우 법적 처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피해 개별적으로 사직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대전성모병원 인턴이자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전공의가 될 예정이라고 밝힌 의사가 유튜브에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하고 쉬기로 했다”는 영상을 게재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한림대학교 의대 4학년 학생들이 의대 증원 등에 반발해 ‘동맹 휴학’에 나서기로 했다. 한림대 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비시위)는 페이스북에 “의학과 4학년 학생들은 만장일치로 휴학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며 “1년간의 학업 중단으로 이 의료 개악을 막을 수 있다면, 1년은 결코 아깝지 않은 기간임에 휴학에 동의했다”고 적었다.

이후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학생 의견을 듣고 싶다는 입장을 전하며 2차례나 일자를 정했으나, 2차례 모두 일방적으로 취소 및 무기한 연기 후 증원 계획을 발표했다”며 “정부가 독단적인 정책을 강행할 시, 결코 그것을 좌시하지 않고 미래의 교육환경과 미래의 환자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대협은 지난 13일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고, 동맹휴학 등 집단행동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정부가 전공의 사직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전공의 사직의 확산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라디오에 나와 일부 전공의의 개별적 사직 움직임에 대해 “사전에 모의되고 연속해서 사직이 일어나 병원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집단행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