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국내 최초로 전기자극을 이용해 간암 세포를 사멸시키는 데 성공했다. 시술을 받은 간암 2기 환자는 현재 퇴원 후 일상생활 중이다.
세브란스병원은 김도영 연세대 의과대학 소화기내과 교수, 김만득 영상의학과 교수팀이 비가역적 전기 천공법(IRE)을 이용해 간암 환자를 치료했다고 8일 밝혔다.
IRE는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 효과가 적은 환자에게 사용하는 신치료기술로, 미국에서 개발돼 현재 유럽 등 선진국에서 시행 중이다. 암 주변 피부에 2mm 정도의 틈을 만들어 침을 꽂은 후 고압 전기를 쏴 암세포를 사멸하는 치료법으로, 가정용 콘센트 전압인 220V(볼트)의 10배 이상인 최대 3000V의 전기를 사용한다.
국내에서는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 임상 연구를 위해 세브란스병원이 2016년 도입했다. 암이 발생한 부위에 고강도의 전기를 쏘면 세포막에 아주 미세한 크기의 구멍들이 생긴다. 이로 인해 암세포는 세포 안팎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죽는다. 암세포가 사멸되는 것은 물론 체내 면역세포 활동도 촉진한다.
국내에서 그동안 췌장암, 전립선암 등에 IRE가 적용돼왔지만 간암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간암 환자 사례는 장과 간 사이의 혈관인 간문맥 등 주변 장기와 간암 조직이 닿아 있었다.
김만득 교수와 김도영 교수는 고주파나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한 기존의 간암 국소 치료법으로는 치료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기존 치료법의 높은 열이 주변 장기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보고 그 대안으로 IRE 치료를 결정한 것이다. IRE는 시술 과정에서 열에너지가 발생하지 않고 암세포만 타격해 암 주변 혈관과 조직을 보호할 수 있다. 시술을 무사히 마친 환자는 정기적으로 내원해 김도영 교수로부터 추적 관찰을 받을 예정이다.
김만득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은 IRE 도입 이후 현재까지 췌장암 환자 40여 명을 치료했다”며 “이번에 간암 환자에서도 시행한 만큼 앞으로 대상 암종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