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다. 의대 정원이 지난 2006년 의약 분업으로 3058명으로 동결된 지는 19년 만의 변화이고,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제주대 의대가 신설된 1998년이 마지막인 것을 감안하면 27년 만이다.
보건복지부는 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5학년도 입시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했다. 증원 규모는 현행 정원의 65.4%에 달한다.
이는 의료계가 500~1500명 정도 증원을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에 이르지만, 복지부가 지난해 11월 국내 대학을 상대로 실시한 의대 증원 수요 조사에서 나온 증원폭인 2151∼2847명과 유사한 수준이다.
복지부는 한국의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의대 증원을 추진해왔다. 2021년 한국 의사 수는 인구 1000 명당 2.6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평균인 3.7명 보다 적고 오스트리아(5.4명), 노르웨이(5.2명), 독일(4.5명)의 절반에 그친다.
복지부는 지난 1일 민생토론회에서 10년 뒤인 2035년도까지 1만 5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년 동안 1만 5000명씩 10년 동안 증원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아침라디오에 나와 "의대 정원을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파격적으로 늘린 것은 의사 부족이 지역·필수의료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지방 병원들은 연봉 수억원을 내걸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고, 환자들은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다닌다.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 수도권에서도 응급실 의료인력 부족으로 응급환자를 받지 않아 환자들이 구급차를 타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는 '응급실 뺑뺑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2022년 하반기 의대 증원 추진 방침을 밝힌 뒤 1년 반에 걸쳐 의대 증원을 추진해왔다. 의료계와 소비자·환자단체 등 시민사회의 의견을 듣고 대학들을 상대로 의대 증원 수요조사를 진행했고, 10차례 지역별 의료 간담회, 의협과의 의료현안협의체는 26차례 열었다.
복지부는 지난 1일 지역·필수의료로 의사 인력을 유도하기 위해 10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지역·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올리고, 필수의료가 취약한 지방에는 수가를 더 올려주겠다는 내용이다. 나아가 지난 4일에는 이를 뒷받침할 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의대 증원 발표에 의사단체들은 집단휴진, 파업 등 단체행동을 예고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전공의들과 함께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학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전공의가 파업할 경우 필수 의료 현장에 미치는 혼란이 클 것으로 보고, 파업 돌입 총리 직할로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차리고 대응할 계획이다. 파업할 경우 즉시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을 때는 징계하게 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정부는 비상진료 대책과 불법행동에 대한 단호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