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발표를 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대학 입시에서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다.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돼온 의대 정원이 19년 만에 늘어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고 2025학년도 입시에서 의대 정원을 5058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내년부터 의대 입학 인원이 기존보다 2000명 더 생기는 것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5년에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 하더라도 의대를 졸업하는 시점은 2031년으로, 의사 한 사람을 양성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정부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2000명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의사 인력 수급 현황을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조정할 계획이다. 늘어나는 의대 입학 정원에 대한 대학별 배정은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집중 배정한다’는 원칙 하에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교육 역량, 소규모 의과대학의 교육 역량 강화 필요성, 지역의료 지원 필요성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조규홍 장관은 “각 비수도권 의과대학에 입학 시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이 충원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고령화 추이, 감염병 상황, 의료기술 발전동향 등 의료환경 변화와 국민의 의료 이용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수급을 관리하겠다”고도 했다.

의사 단체의 총파업 시사 등 반발에 대해서는 “비상진료 대책과 불법 행동에 대한 단호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 정통령 공공보건정책관, 김국일 필수의료지원관, 송양수 의료인력정책과장, 교육부 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 등과의 일문일답.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 산출 근거는.

“다수의 전문가들이 현재 의료 인력이 균형 상태에 놓여 있다고 가정하고 2035년에는 1만명 수준의 의사분들이 부족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의료 취약 지구의 평균 의사 수를 전국 평균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5000명 정도의 의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1만5000명 정도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예측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35년까지 1만명을 일단 충원하고, 나머지 5000명은 의료 수요의 적극적인 관리와 시니어의사제 등을 활용해 보충하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반발하며 총파업 의지를 밝혔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하는데.

“의협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의료계를 존중해 별도의 의료현안협의체를 운영해 28차례 논의했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의대 정원 확대의 전제 조건인 수가 인상, 의료사고 부담 완화, 근무 여건 개선 등도 논의해 지난 주 정책 패키지로 발표했다. 정부가 공문으로 의협에 의대 정원 적정 규모에 대한 의견을 지난달 15일에 요청했으나 의협이 외면했고, 공식·비공식적으로 적정 규모를 재차 요구했으나 끝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정부가 의협과 논의해 온 이유는 의료계의 충분한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달린 문제, 국민들 80% 이상이 찬성하는 의대정원 문제를 단순히 정부와 의사단체 간의 협상으로 정할 수는 없다. 다른 나라에서도 협상을 통해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사례는 없었다.”

-실제 의료계가 파업을 강행한다면.

“의료인들이 환자의 곁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만에 하나 불법적인 행동을 한다면 정부는 법에 부여된 의무에 따라 원칙과 법에 의해 대응하도록 하겠다.”

-지역 의대 신설 계획도 있나.

“지역 의대 신설 필요성은 계속해서 검토할 예정이다. 의대 신설은 고려할 사항들이 많다. 2025학년도 입학 정원에 반영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 지역 의대 신설과 관련해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고, 의대 신설보다는 지역 의과대학 졸업자들이 지역에 거주하면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실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양한 의견을 잘 검토해 결정해 나가겠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뭔가.

“이번 의대 정원 증원의 가장 큰 핵심은 의대 정원을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집중 배정한다는 원칙 하에 배정 계획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비수도권 의과대학 중심으로 배정한다고 하는 원칙하에 교육부와 긴밀히 협의해 필요한 인원을 학교별로 배정하겠다.”

- 의대 정원 늘린다고 해서 필수의료 공백이 바로 해소되는 게 아니지 않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가 될까.

“의대 정원을 내년도부터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6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게 사실이다. 지난 1월 발표한 필수의료 4대 정책 패키지를 제대로 추진해 필수의료 분야로 의사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중요한 게 의료 수요 관리다. 고령자의 의료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데, 정부는 어르신들이 병원에 가기 전에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돌봄을 통해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정책을 우선 추진하겠다.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시니어 의사 활용 등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의사 인력이 확충되기 전까지 의료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의대 증원으로 의사 수가 충분히 확보된다면, 이후 정원을 다시 줄일 수도 있나.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검토해 필요에 따라 의대 정원을 증원 또는 감축하는 식으로 기준을 도입하고자 한다. 제도적으로 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의대 증원에 따른 교육 질 저하 우려도 있다.

“2000명 수준의 증원은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원·교사·교지·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교육 여건을 충분히 준수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소규모 의과대학의 경우 정원 확대로 교육의 질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의과대학은 다른 대학과는 달리 평가인증제도가 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인증제도를 통해서 교육의 질을 관리해 나가겠다. 만약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할 경우 국가가 지원해 교육의 질은 담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의대 인원이 늘면 이공계 인재들의 의대 쏠림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단기적으로는 의대 쏠림이 심화할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의사 직업이 갖는 안전성, 사회적 평가 등에 기인하는 것인데, 의사 수가 늘어나면서 장기적으로는 의대 쏠림도 크게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