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신경세포 사이에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들이 뭉쳐 덩어리를 이룬 모습(주황색)의 상상도. 베타 아밀로이드 덩어리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최근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SCIENCE SOURCE

알츠하이머병이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인간 성장호르몬 치료법으로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존 콜링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 연구진은 시신의 뇌하수체에서 추출한 인간 성장호르몬(c-hGH)을 투여받은 사람 중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30일 공개됐다.

c-hGH 치료법은 시신의 뇌하수체에서 추출한 인간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변형 단백질인 ‘프리온’에 오염된 성장호르몬을 투여받고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vCJD)으로 일부 사망하면서 1985년 치료법이 중단됐다. 이 치료법으로 CJD에 걸린 사례는 전 세계 200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를 통해 c-hGH 치료법을 받은 뒤 CJD로 사망한 사례들을 분석해 치매의 발병 원인으로 꼽히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전염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실제 치료를 위한 c-hGH 일부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물론 동시에 치매 발병 원인 단백질로 지목된 타우 단백질이 포함돼 있었다.

이어 연구진은 1959년부터 1985년까지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c-hGH 치료법으로 치료받은 사람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CJD에 걸리지 않은 치료 대상자 중 8명이 알츠하이머병 관련 증상이나 징후를 보였다. 이 중 5명은 진단 기준에 해당하는 조기 치매 증상이나 인지 장애를 보였다. 5명 중 3명은 뇌 스캔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근거를 찾았고, 2명은 기준을 충족하는 알츠하이머병 바이오마커를 갖고 있었다.

이외에 알츠하이머병 징후를 보인 3명 중 1명은 경도 인지장애 진단 기준에 해당하는 증상을 보였고, 또 다른 1명은 주관적 인지 장애 증상을 보였다. 나머지 1명은 무증상이었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 증상을 보인 5명 모두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일으킬 만한 유전적 변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드물지만 알츠하이머병이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알츠하이머가 일상 활동이나 일상적인 치료를 통해 전염될 수 있다는 증거는 없으나, 의인성 전염이 가능한 만큼 오염 제거와 같은 예방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Nature Medicin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3-027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