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최종학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전적 연결고리 102개를 찾은 연구가 나왔다. 교육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요인을 찾는 연구는 주로 서양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동양인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다만 한국인의 경우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를 관장하는 유전자가, 교육 성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은 원홍희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와 김재영 연구원, 명우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 연구진이 대만 연구진과 국제 협력을 통해 교육 성취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규명한 연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교육적 성취는 일생 동안 얼마나 교육 받았는지를 뜻한다. 보통 최종 학력으로 측정하고, 환경과 유전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다. 그동안 교육 성취와 유전적 요인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연구는 많았지만, 주로 서양인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한국과 대만의 유전자 정보보 데이터베이스에서 입수한 총 17만 6400명의 정보로 전장유전체연관성분석연구(GWAS)를 실시했다. 대만 바이오뱅크(TWB)에서 10만 7493명,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에서 7만 2294명의 자료를 제공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수집한 자료를 유럽의 유전 정보 76만 6345개와 비교하는 메타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한국인과 대만인에서 교육적 성취와 관련 있는 유전자 위치 102곳을 찾아냈다. 서양인에서 나타나는 교육적 성취와 관련 있는 유전적 구조와 배경, 효과 등이 동아시아인에게서도 상당 부분 일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만인과 달리 한국인의 경우 염색체 12번에 있는 알코올 대사 물질 분해효소(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ALDH2) 유전자가 교육 기간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었다. 이에 따라 한국 연구진은 음주 여부와 교육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음주와 교육 기간은 음의 상관관계, 즉 반비례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를 술을 마셔 본 사람과, 아예 마시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한 후 술을 마시는 그룹에 대해서만 ALDH2 영역에 따라 분석했다. 그러자 교육 기간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개인의 교육적 성취를 예측하는 용도로 활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교육적 성취는 사회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유전 변이를 이용해 개인의 교육적 성취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교육적 성취와 연관된 유전변이들은 전체 교육적 성취의 차이를 10% 수준에서 설명하는 데 그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명우재 교수는 “동아시아인에서 교육적 성취에 대한 유전적 구조를 이해하고 인종 간 공유되는 유전적 특성이 많다는 점을 밝혔다”며 “이 연구 결과를 통해 교육수준이 치매나 정신장애 등 다양한 질환들과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는지 연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질병의 예방과 치료 방법을 밝히는데 중요한 자료로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홍희 교수는 “국제 협력을 통해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최대 규모의 유전 연구를 수행했다”며 “교육적 성취와 유전적 상호작용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게재됐다.
참고 자료
Nature Human Behaviour(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62-023-017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