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줄기세포학회 2024년 동계학술대회 강연장 앞의 부스 /유병훈 기자

“지난해와 비교하면 분위기가 확실히 좋아진 것을 실감합니다. 참석자와 후원기업이 꽤 늘었어요. 산술적으로 보면, 10% 정도는 늘어난 것 같아요.”(한국줄기세포학회 사무국 관계자)

지난 4일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 강연장 복도는 한국줄기세포학회 동계 학술대회 이틀째를 맞아 14개 기업과 기관의 전시 부스들을 찾은 인파로 북적북적했다.

학술대회를 찾은 연구자들과 기업관계자들은 학회 창립 19년째를 맞은 올해가 역대 동계 대회 중 가장 분위기가 뜨거웠다고 입을 모았다.

줄기세포 치료제 신약을 개발하는 입셀, 이엔셀 같은 바이오벤처들은 물론 줄기세포 신약 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R&D) 서비스 업체, 대웅제약·한미약품·셀트리온과 같은 대형 제약사들도 부스를 마련하면서 줄기세포가 가진 잠재력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엔셀은 삼성가(家) 유전병으로 더 알려진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입셀은 유도만능줄기(iPS)세포 활용 연골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실험 장비 제공·분석 서비스 업체 로킷제노믹스를 비롯해 자연과학, 토모큐브, 셀세이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은 줄기세포 연구에 필요한 현미경이나 배지(세포를 배양하는 데 필요한 양분)를 제공하거나 연구 과정에서 제거해야 하는 마이코플라스마를 검출하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로킷제노믹스 관계자는 “첫날부터 계약을 맺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위·식도 역류 치료제인 펙수클루를, 한미약품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젯을, 셀트리온제약은 램시마펜주를 홍보하는 부스를 마련했다. 한국화이자는 이번 학술대회 홈페이지 배너 광고의 후원사로 나섰다.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파킨슨병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에스바이오메딕스도 이름을 올렸다.

학회 측에 따르면 이번 학술대회에는 약 36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줄기세포 치료제가 임상 허가를 받은 데 이어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줄기세포 치료 도입에 걸림돌이던 첨단재생의료법도 이르면 이달 중 개정될 전망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선 오가노이드가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오가노이드는 일종의 ‘유사 미니 장기’로, 줄기세포로 장기와 비슷한 조직을 형성한 것이다.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는 “하나의 줄기세포가 2차원이라면, 오가노이드는 실제 장기와 같이 3차원으로 구성된 개념”이라며 “인체 기관과 유사하다 보니 기능 등을 분석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서 단일 줄기세포보다 훨씬 유용하다”고 말했다.

연구에 그치던 줄기세포를 임상용으로 전환하는 문제도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은 배아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iPS)세포를 연구 목적으로 연구용 시약을 사용해 배양했는데 이제는 실제 임상 등급에 쓰이는 시약과 배지로 임상용 줄기세포를 만드는 단계의 초입까지 왔다.

김동욱 교수는 “동물 유래 성분이 들어갈 수 있는 연구용 시약과 달리 임상 등급의 세포 생산은 동물 유래 성분이 없어야 하는 등 조건이 훨씬 까다롭다”며 “언제까지 연구 단계에 머물 수는 없으니 본격적인 임상 활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도 “다양한 형태로 분화할 수 있는 ‘전분화능 배아줄기세포’가 실제 파킨슨병의 임상에 활용되는 사례 등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한국줄기세포학회 2024년 동계학술대회의 강연 /유병훈 기자

시장 조사 업체인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줄기세포 제조 시장은 2022년 112억 달러(약 14조 6552억원)에서 2030년 239억 달러(약 31조 2731억원)로 연평균 11.2%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부터 성장이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 FDA는 얼마 전까지 세포⋅유전자 치료제 허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그동안 연구 성과가 축적되면서 줄기세포 치료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줄면서 시판·연구 임상 승인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제1형 당뇨병 줄기세포 치료제인 도니슬레셀(제품명 란티드라)의 사용을 승인했다. 미국 바이오벤처 셀트렌스가 개발한 이 약은 죽은 사람의 췌장 세포로 제작한 췌장섬 줄기세포 치료제다. 췌도라고도 불리는 췌장섬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가 ‘섬’처럼 군데군데 뭉쳐 있는 것을 뜻한다.

한국도 그동안 줄기세포 연구·치료에 문턱으로 작용했던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첨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법령은 정해진 난치병과 불치병을 대상으로만 임상 연구를 할 수 있는데, 이번 개정안이 처리되면 재생의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확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인천 송도에 1만5000ℓ짜리 세포 배양기 12개(생산 능력 총 18만ℓ)를 포함한 5공장을 짓고 있다. 오는 4월쯤 주요 대량 배양기의 설치가 마무리되면 줄기세포 치료제의 국내 대량생산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