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지난해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으로 숨진 사람이 28만명, 치료에 들어간 진료비는 8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질환에 대한 국가부담이 매년 커지는데,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최근 3년간 만성질환 대책이 주춤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 나왔다.

질병관리청은 이 같은 내용의 '2023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를 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주요 만성질환으로 '심뇌혈관질환, 당뇨병, 만성호흡기질환, 암'을 지정하고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을 권고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만성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27만 6930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74.3%를 차지했다. 만성질환 사망자는 2020년 24만 4719명에서 2021년 25만 2993명, 지난해 27만 6930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만성질환 중에서는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등의 순위가 높았다. 심장질환 사망자는 3만 3715명으로 전체 사망자 중 9.0%를 차지했고, 뇌혈관질환 사망자는 6.8%, 당뇨병은 3.0%, 고혈압성질환으로 2.1%를 차지했다.

만성질환으로 인한 진료비가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만성질환 진료비는 83조 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70조원에서 13조원(18.5%)이 늘었다. 지난해 만성질환 진료비는 전체 진료비의 80.9%를 차지했는데, 만성질환 진료비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71조원으로 주춤했다가 2021년 78조원, 지난해 83조원으로 연간 7조원씩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부정맥 심부전 뇌출혈 등 순환기계질환 진료비가 12조 7000억 원으로 암 진료비 9조 4000억원 보다 컸다. 단일질환으로는 고혈압 진료비가 4조 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제2형 당뇨병이 3조원으로 다음을 차지했다. 질병청은 "노인인구 증가로 인해 만성질환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5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8.4%이며, 오는 2025년에는 20.6%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65세 인구의 기대여명은 남자 19.3년, 여자 23.7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해 남자는 1.5년, 여자는 2.5년 더 길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35만원으로, 전체 인구의 1인당 연평균 진료비 206만 원에 비해 2.6배나 많다.

최근 10년간의 주요 만성질환 유병률 변화를 살펴보면, 만30세 이상 성인의 경우 고콜레스테롤혈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소아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이 코로나19 유행 기간을 거치면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혈압은 수축기혈압이 140㎜Hg이상이거나 이완기혈압이 90㎜Hg 이상이며, 당뇨병은 공복 혈당이 126㎎/dL 이상이거나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일 때 진단하게 된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은 8시간이상 공복하고서도 혈중 총콜레스테롤이 240㎎/dL 이상이면 진단하게도 된다. 비만은 만 19세 이상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흡연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음주, 신체활동은 정체돼 있다. 2021년의 성인 흡연율은 19.3%로 전년 대비 1.3%p 줄었나 성인 고위험 음주율은 13.4%로 지난 10년간 12~14%를 유지하고 있다.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은 2016년 이후 꾸준히 50% 미만을 보이고 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만성질환으로 인한 질병 부담이 상당한데도, 최근 3년동안 감염병 위기 대응에 보건 역량이 집중되어 만성질환에 관련된 정책이나 사업 개발이 다소 늦어진 점이 있었다"며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하여 효과적인 만성질환 예방관리사업 확대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지 청장은 "새로운 만성질환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는 한편, 만성질환 유병·발생 현황과 위험요인에 대한 조사감시사업, 건강검진 기준 및 질 관리, 만성질환 진단검사 표준화, 교육·홍보 및 전문가 양성 등과 같은 기존의 만성질환 예방관리사업도 내실화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