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지면서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과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 성북우리아이들병원에서 한 초등학생이 독감 진료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중국에서 확산하기 시작한 ‘마이코플라스마 감염병’이 한국에서도 소아 청소년을 대상으로 빠르게 늘면서 의료계에 위기감이 돌고 있다.

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환자는 최근 3개월 동안 2배로 늘었다. 올해 8월 4째주(8월 27일∼9월 2일) 60명에서 10월 3째주(10월 22∼28일) 126명, 11월 3째주(11월 19∼25일) 270명을 기록했다. 11월 셋째주 세균성 급성호흡기감염증 입원 환자 280명 가운데 96.4%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관리청 제공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제4급 법정 감염병으로 세균성 급성 호흡기 감염증이다. 증상은 38도가 넘는 고열과 심한 기침을 동반하고, 가래가 섞인 기침이 3~4주 정도 지속된다. 감기 증상과 비슷하지만, 1주일이면 회복되는 감기와 달리 마이코플라스마는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된다.

주로 12세 이하 초등학생 연령대에 많이 발병하는데, 어린이에게 사용할 수 있는 일반 항생제와 해열제를 써도 잘 듣지 않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마이코플라스마 유행 주기는 3∼4년인데, 국내에서 2019년 마지막으로 유행했다. 마이코플라스마 세균은 백신도 없다. 여기에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인플루엔자(독감)와도 유행 주기가 겹쳐 중복 감염 우려가 크다.

11월 셋째주 국내 표본감시기관 의료기관에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 가운데 1-6세가 37.0%, 7-12세 46.7%로 입원 환자 10명 중 8명이 12세 이하 어린이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 1만 7607명 중 9세 이하가 63%로 나타났다.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등은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감염병이 유행하면 빠르게 확산할 수도 있다.

의료계는 정부 차원의 사전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소아청소년 진료 현장은 인력이 늘 부족한데, 최근 독감 등 각종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진의 대응이 힘든 상황인데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까지 유행하게 되면 소아진료 대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과 인접한 인도와 대만은 면역력이 취약한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중국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유행하고 있다. 자카르타 보건국은 폐렴 증상을 보이는 소아가 늘고 있으며 마이코플라스마 검출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감염자 숫자는 밝히지 않았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전날(4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중국에서 확산돼 인접국을 긴장시키고 있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에 대해 보건 당국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본격적으로 유행하면 소아과 진료 대란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 아이들을 위협하는 유행병에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질병청은 최근 환자 수가 증가한 것은 맞지만 지난 2019년 같은 기간(544명)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11월 셋째주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입원 환자 수는 270명으로 지난 2019년 같은 기간 544명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다.

질병청은 “현재 표본감시기관에 참여 중인 2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에 소아청소년과가 포함되어 있어 소아에서의 발생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으나, 의료계 현장과 학계 의견수렴 등을 통하여 참여기관 확대여부를 검토·추진할 계획”이라며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진료 안내서 등 추가적인 보완책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