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신 건강 혁신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현재 성인을 대상으로 10년 주기로 시행 중인 정신건강검진을 20~34세 청년층은 검진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한다. 검진 항목도 우울증에서 조현병·조울증 등을 추가했다. 2027년까지 국민 100만명에 심리상담 서비스도 지원할 예정이다. 신속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 대응 체계를 재정비하고, 정신질환자의 일상 회복을 돕는 복지서비스 강화와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힘쓴다.

정부는 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신건강정책 비전 선포대회'를 열고 '예방부터 회복까지'를 새로운 비전으로 선포한 뒤 이런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전국 17개 시·도 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설 기관인 청년마음건강센터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 센터에서는 정신질환이 발병한 지 얼마되지 않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사례 관리·집중 치료, 사회기술훈련 등을 지원한다.

여기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예방에서 회복에 이르기까지 전주기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정신건강정책을 전환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이번 방안을 통해 지난해 기준 인구 10만명당 25.2명인 국내 자살률을 10년 안에 50% 감축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다음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형훈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 곽영숙 국립정신건강센터장,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관 등과의 일문일답.

─청년의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하면, 매년 국가검진을 받는 청년 인구는 어느 정도가 되나.

"2019년과 2020년 20~24살의 청년 인구의 63%가 일반 건강검진을 받았다. 정신건강검진을 2년 주기로 단축하게 되면 일반 건강검진 수검률을 감안할 때 약 300만명의 청년이 정신건강검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에 대해 우선적으로 정신건강검진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조울증·조현병 등 주요 정신질환이 20~30대에 주로 발병한다는 게 한 이유다. 또 정신질환 조기 발견 시 상담과 약물 치료 등으로 적절한 치료와 회복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정부는 청년층에 우선적으로 정신건강검진을 도입한 후 단계별로 확대 시행하겠다."

─중소 ·중견기업의 직장 내 정신건강관리 활성화 방안의 실효성이 다소 떨어져 보인다. 추가 유도책을 고려하고 있나.

"고용노동부에서는 지금 소규모 사업장 대상으로 해서 직장 내 정신건강 문제의 특성을 반영해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근로복지넷'을 통해 EAP 서비스를 근로자와 사업장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상 보건관리자 선임 의무가 없다 보니 훨씬 취약한데, 정부가 전국의 근로자건강센터라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런 인프라를 통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의 정신건강 문제에 관해 체계적인 심리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정신건강 관련 산재, 직장 내 괴롭힘 등을 경험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좀 더 전문적이고 심층적이고 지속적인 전문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트라우마센터도 있다. 내년까지 9개소를 증설해서 23개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 서이초 사안 이후 9월부터 모든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검사·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매년 2회, 2년마다 한 번씩 모든 선생님들이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 상담 ·검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례화할 거다. 정신건강 상태를 좀 더 정확하게 선별할 수 있도록 진단기구도 새롭게 만들고 있다."

─10년 내 자살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정신건강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도별로 추진하는 과제에 소요되는 예산 규모는.

"오늘 발표한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은 향후 10년의 장기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4대 전략과 14대 핵심과제로 구성돼 있다.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대책의 특성상 세부 과제별로 구체적인 예산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움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를 통해 과제를 구체화하고 예산도 명확히하여 2025년도 예산에 본격 반영할 계획이다. 2024년에는 복지부의 핵심 사업인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 사업 539억원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을 3866억원으로 편성해 금년보다 706억원을 증액 편성했다. 정신건강정책 분야에 대한 적극적이고, 또 대담한 투자로 혁신방안을 충실히 이행해 나갈 계획이다."

─ 올해 소위 '묻지마 범죄'가 여러 건 발생했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범죄 예방 방안은.

"'묻지마 범죄'와 정신질환이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정신질환자가 '묻지마 범죄'를 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저희가 파악해본 결과,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이 주요 원인인 것 같다. 그래서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고립돼 임의로 치료를 중단함으로써 병을 키우는 일이 없도록 세 가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첫째, 퇴원 후 병원 기반 사례관리를 통해서 상담, 방문 상담 등을 제공하겠다. 둘째, 외래치료 지원 제도를 활성화해 지역 정신질환자 등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치료비를 지원하겠다. 셋째, 자·타해 이력이 있는 정신질환자는 필요한 경우 법에 근거하여 의료기관과 정신건강복지센터 간 정보를 연계하여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지역사회 정신질환자 통합 돌봄 관점에서 추진할 계획은 없나.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도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퇴원 후의 사례관리, 치료 지원, 돌봄 등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 중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력과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정신질환자를 위한 지역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세계보건기구도 지역사회의 정신질환 복지서비스 가이던스에서 권하고 있는 방안이다. 정신장애인의 온전한 회복을 위한 고용·주거 지원을 강화하고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정신장애인 일자리 지원과 자립이 가능한 정신질환자를 위한 특화형 매입임대주택 공모 등 고용·주거 방안이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노인이나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 관련 대책 방안은.

"소아·청소년 경우에는 교육부에서 정서행동선별검사 결과를 토대로 치료를 받도록 의료 연계 체계가 마련돼 있다. 현재 초·중·고 학생들은 초1·4, 중1, 고1 학생들이 3년마다 받는 게 정서행동특성검사이다. 이를 통해 위험군, 관리군으로 선정된 학생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치료에 들어간다. 학교 정신건강 전문가 방문 사업도 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학교를 직접 방문해서 상담치료를 해주고, 전문기관을 연계해준다. 그래도 안 되는 경우 치료비도 지원한다. 최대한 정서행동특성검사를 통해 관리군으로 지정된 학생들에 대해서 정부가 지원해 나가려고 지금 노력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조직 개편을 통해 사회정서 성장지원과와 정신건강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부서를 신설할 예정이다. 부서가 만들어지고 관련된 법체계도 정비해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더욱 힘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