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향후 5년 동안 78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국민 정신건강에 투입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자살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떨어뜨리기로 했다. 내년 중·고위험군 환자 8만 명을 시작으로 국민 100만 명에게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법원 등이 정신 질환자의 입원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사법입원제도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하기로 했다. 장기·복합과제는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게 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5일 발표했다. 핼러윈 참사 발생 1년 2개월 만이고 분당 서현역 ‘묻지마 칼부림 사건’ 발생 4개월 만이다. 지난해 국내 인구 10만 명 당 자살률은 25.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0.6명의 두 배가 넘는다. 고령화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거치면서 국민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치매를 포함해서 정신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지난 2017년 321명에서 지난 2021년 411명으로 크게 늘었다.
정부는 일상적 마음 돌봄 체계 구축, 정신응급대응 및 치료체계 재정비, 온전한 회복을 위한 복지서비스 혁신, 인식개선 및 정신건강 정책 추진체계 정비 등 4대 핵심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일상적 마음돌봄으로 내년 중·고위험군 환자 8만 명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100만 명에게 심리상담을 제공할 계획이다. 심리상담은 한 번에 60분 씩 8번으로 구성된다. 심리상담은 영국 IAPT(근거기반 심리상담 서비스)를 벤치마크했다.
또 카카오톡, 네이버에 정신건강 자가진단 사이트를 연계해 점검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이 제공하는 우울증, 불안장애, 조울증 등 19종의 자가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내년 7월부터 학생 직장인 등 일반 국민 1600만 명을 대상으로 자살예방교육을 의무화하고, 자살예방상담(1393), 정신건강상담(1577-0199), 청소년 상담(1388)을 긴급전화 109로 통합하고, 청소년 대상으로 문자 메신저 상담을 도입하기로 했다.
청년층의 정신건강 검사질환을 우울증에서 우울증, 조현병·조울증으로 확대하고, 검진 주기는 2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대학 내 상담센터 기능을 강화하고, 고용부는 직장 내 정신건강지원과 고위험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중대산업재해 관련 직업 트라우마센터도 지난해 14곳에서 내년 23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경찰청·복지부는 전국 17개 시도에 정신건강전문요원과 경찰관 합동대응센터를 설치해 24시간 정신응급 현장에 출동 가능하도록 하고, 현재 139병상인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도 늘리기로 했다. 내년부터 폐쇄병동 집중관리료, 격리보호료를 인상하고 상급종합병원의 정신질환 치료 수가를 95% 인상하기로 했다. 정신질환자를 위한 장기지속형 주사제 본인부담률도 낮추기로 했다.
다른 사람을 해칠 위험이 있는 환자에 대한 ‘외래치료지원제’를 활성화하고, 필요하면 본인 동의가 없어도 관련 정보는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신 질환자의 강력 범죄를 막기 위해 사법입원제도에 관한 토론회와 공청회 등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중증 정신질환자가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정신재활시설 및 복지서비스 확충 방안도 마련했다. 정부는 정신질환자들이 ‘사회적기업 육성법’에서 ‘취약계층’에 중증 정신질환자를 포함하고, 정신장애인에게 특화된 장애인 일자리도 개발하여 지원하기로 했다.
또 국토부는 자기 관리가 가능한 정신질환자를 위한 ‘특화형 매입임대주택’을 공모할 계획이다. 정신질환 진료 이력을 조회해서 보험가입에 차별을 하는 등을 점검하고, 정신질환자 보험상품 개발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신건강 편견 해소를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추진한다. 또 ‘정신건강전문요원 수련기관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신건강전문요원 양성 및 처우개선을 추진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정신건강 정책은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요양에 편중됐고, 정신질환에 대한 사후·수동적 대처로 사전예방과 조기치료, 회복 및 일상 복귀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라며 “정신건강 정책을 혁신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고, 정신질환자도 제대로 치료받고 다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