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전문가'로 알려진 스타 강사 김창옥(50) 씨가 알츠하이머 치매 의심 증상을 겪고 있다고 고백하면서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크다. 흔히 노인성 치매로 불리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인지 기능과 기억력이 서서히 줄어드는 병이다. 전체 치매의 약 60%를 차지한다. 국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56만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3.5배 늘었다.
치매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발병하는 조발성(早發性)과 나이가 들어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후기 발병 치매로 구분된다. 65세 이하에 발병하면 조발성 치매로 구분한다. 미국의 액션스타 브루스 윌리스(67) 가 지난해 3월 조발성 치매에 따른 실어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국내 치매 환자의 10%가 조발성에 속한다.
◇미국에서 유전자 검사로 발병 위험 예측
조발성 치매와 후기 발병 치매는 유전자로 구분한다. 조발성은 프레세닐린과 전구단백질(APP) 유전자와 관련 있다. 프레세닐린은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인데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상염색체 우성 알츠하이머병(ADAD)'에 영향을 미친다.
콜롬비아 안티오키아에는 단일 돌연변이로 ADAD가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연구진에 따르면 이들의 경도인지장애 발병 연령 중앙값은 44세, 치매 발병 연령 중앙값은 49세였다. 조발성 치매는 진행 속도가 빨라서 몇 년 사이 가족을 못 알아볼 정도로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후기 발병 치매는 아포지방단백E(APOE) 유전자와 관련 있다. ApoE는 중추신경계의 주요 콜레스테롤 및 지질 운반 단백질인데 이 단백질 유전자 가운데 에타4 유형을 가진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 에타4 유형을 가진 사람이 85세를 기준으로 알츠하이머 치매가 생길 확률이 40~60%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일반인들이 이 유전자 검사를 해서 발병 위험을 유추하기도 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현대 의학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희망은 있다. 최근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레켐비'가 상용화 절차를 받고 있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덩어리를 제거한다. 레켐비 정맥 주사는 지난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었다.
◇1~3단계는 치매 전 단계...5단계부터 도움 필요
이렇게 치매는 사람마다 발병 시점도, 악화 속도도, 증세도 다르지만, 정상 인지 상태에서 말기 치매에 이르는 일반적인 과정이 있다. 이를 치매 일곱 단계라고 부른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치매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쌓이기 시작하는 시점은 치매 발병보다 10~20년 앞서서 시작된다. 이렇게 아직 인지 기능에 아무 문제가 없는 이 때를 1단계로 정의한다.
2단계에서는 가벼운 변화가 일어난다. 집 안에서 물건을 찾으러 다니는 일이 잦아지고, 올바른 단어를 떠올리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가끔 아는 사람의 이름이나 약속을 잊을 수 있다. 잊었다가 기억을 되살리거나, 그런 게 있었다고 알려줬을 때 실수를 깨닫는다.
3단계에서부터는 주변 사람이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인지 기능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약속을 기억하고, 돈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한다. 사람은 잊어버리는 빈도가 잦고 반복된다. 특히 최근에 잡은 약속이나 해야 할 일을 잊고 지낸다. 다만 여기까지는 치매가 아니다.
4단계부터 치매 경고 상태라고 한다. 친숙한 단어와 이름을 잊는 일이 잦다. 평소 해오던 장보기나 요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오늘 아침에 뭘 먹었는지 잘 생각이 안 난다. 식사 준비를 하거나 옷을 입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 방법이 생각 안 나 당황한다면 치매 경고로 봐야 한다. 너무 바쁘거나 주위가 산만하다고 해서 일상생활 방법을 까먹진 않는다.
5단계부터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판단력이 떨어져서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하고, 성격이 변한다. 식사나 화장실 사용에도 간병이 필요하다. 날씨가 더운데 두꺼운 옷을 입고 나가려 한다거나, 아무런 이유 없이 병원 가는 일을 취소한다.
6단계는 매일 다니던 길을 기억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성격이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치매 말기인 7단계에서는 말하고, 먹고, 삼키는 능력을 잃는다. 자식도 못 알아볼 수 있다. 24시간 돌봄과 간병이 필요하다.
◇단계별로 인지 활동 늘려야
다만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가 있어도 고학력자에 운동을 하고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으면 치매 예방 효과가 있고, 유전적으로 치매 걸릴 위험이 큰 사람이 건강 습관을 유지하면 치매 위험이 32%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치매 단계가 올라가면, 본인이나 가족의 사진으로 기억을 자극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자주 얘기하는 것이 좋다. 환자가 간단한 요리, 집안일, 은행일, 약 먹기, 전화 걸기 등을 스스로 하게 해야 한다. 좋아하는 옷, 음식, 음악을 직접 선택하도록 한다.
중등 단계로 가면, 세수, 양치질, 걸레질, 설거지를 스스로 하게 하고, 못하더라도 잘한다고 격려해야 한다. 신체 부위 이름을 자주 알려주어 통증이나 이상 증세를 정확히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외출 시 문단속을 잘하는지 살펴보고, 단어 찾기 등 기억 훈련을 집에서 매일 하는 게 좋다. 나중에는 필요한 것을 요구할 때 몸이나 손동작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연습시켜야 한다.
◇치매와 유사하지만 치유 가능한 질환들
전문가들은 치매증상을 유발하거나 치매와 비슷한 임상소견을 보이는 질환들 중에서 완치가 가능한 그런 질환들도 많다고 말한다. 대한치매학회에 따르면 뇌종양, 두부 손상, 대사성 뇌 질환, 갑상선 질환, 영양결핍증 등에 걸릴 경우 치매 유사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 알코올 중독을 포함한 독성 물질에 의한 뇌기능 장애나 약물 중독인 경우에도 인지장애나 치매증상도 나타난다.
정상압 뇌수두증은 흔하지 않은 질환인데 뇌막염이나 뇌염, 두부손상 등의 후유증으로 발생한다. 뇌 안을 흐르고 있는 뇌척수액의 흐름이 막혀서 뇌실 안에 뇌척수액이 점차 많이 고이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 병에 걸리면 치매 증상이 나타나고, 소변장애, 보행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정상압 수두증을 조기에 발견하면 뇌에서부터 뇌척수액을 다른 곳으로 흐르게 만드는 아주 간단한 수술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tvN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2′에서 주인공인 안정원 교수(유연석)의 어머니 정로사(김해숙)가 치매로 오인했다가 수술로 치료하는 에피소드로도 소개가 되기도 했다.
치매 환자들에게는 우울증이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데 반대로 우울증이 심해도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어느 한 곳에 집중이 안되고 한 가지 일을 계속 할 수 없게 된다. 치매와 우울증이 같이 나타나게 되면 지적능력의 장애가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우울증은 그 자체 만으로나 또는 치매와 같이 병행해서 나타날 때도 모두 치료 가능하다.
'섬망'은 일시적이고 매우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정신상태의 혼동이다. 하지만 섬망은 폐 질환이나 심장 질환, 장기간의 간염상태, 영양부족, 장기간의 약물 복용과 호르몬 장애를 겪는 노인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섬망은 가끔 치매의 증상과 혼동되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인지능력의 장애를 보이거나 의식 소실 등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는 치매보다는 섬망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