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베이징의 한 어린이 병원 외래에서 어린이와 부모가 대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3일 중국 북부에서 확산되고 있는 호흡기 질환에 대한 추가 데이터를 요청하면서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은 지난 3년 동안의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0월 중순 이후 '인플루엔자 유사 질병'이 증가했다고 WHO는 밝혔다. /AFP=연합뉴스

중국에서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다발적으로 유행하면서 대만, 인도 등 주변국들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 정부에 관련 정보 제출을 공식 요구했다.

26일(현지 시각)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대만 위생복리부 질병관제서(CDC)는 전날(25일) 중국에서 확산 중인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등 5종류 호흡기 감염병 확산에 대비해 공항과 항구 경계를 강화했다.

대만질병관제서는 중국 방문 계획이 있는 시민들에게 코로나 XBB는 물론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고,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또 중국, 홍콩, 마카오를 통해 입국하는 경우, 고열이나 급성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공항 검역 요원에게 자발적으로 신고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인도 보건부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중국에서 최근 돼지를 감염시키는 H9N2 조류 인플루엔자 환자가 발생하고, 중국 북부에서 어린이들이 각종 호흡기 감염병에 걸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공공보건 비상사태와 같은 때를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WHO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인플루엔자, 아데노바이러스, 코로나(SARS-CoV-2)바이러스 등 5종류의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에 걸린 어린이 환자가 크게 늘었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올해 9월 이후 현재까지 저장성 취저우 3개 병원을 내원한 소아 환자 가운데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의심 환자는 작년의 17.8배로 급증했다.

WHO는 “겨울에 호흡기 질환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중국 내에서 어린이 폐렴 환자가 많이 늘어난 것과 관련해 중국 정부에 자세한 정보를 공식 요청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호흡기 환자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새로운 병원체는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는 것은 코로나19 유행 기간 강도 높은 방역으로 다른 병원체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WHO는 분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제외한 감염병을 일으키는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진 가운데, 방역 조치가 갑자기 해제되면서 감염병이 확산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한 달 동안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소아 입원환자가 크게 늘었고, 독감 환자도 예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WHO는 폐렴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정기적으로 손을 씻는 등 기본적인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