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연구진은 혈관질환·당뇨병이 없어도 ‘나쁜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그 수치를 120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적정 기준을 마련했다. 120 미만으로 유지하면 140 이상인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2%나 낮아졌다./세브란스

국내 연구진이 뇌경색 등 혈관질환·당뇨병이 없더라도 일명 ‘나쁜 콜레스테롤’ 저밀도 고단백 콜레스테롤(LDL) 수치가 높은 한국인은 그 수치를 120㎎/dL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적정 기준을 마련했다. 콜레스테롤은 몸속에 존재하는 지방 성분 중 하나다. 고밀도 저단백 콜레스테롤(HDL)과 달리 LDL 수치가 높으면 혈관에 쌓이면서 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대개 건강한 사람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40㎎/dL 이상,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130㎎/dL 미만으로 유지하라고 권고해왔다.

세브란스병원은 이상학 심장내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연구진이 혈관질환, 당뇨병이 없지만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치료받은 국내 환자 2만88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120㎎/dL 미만으로 떨어뜨리면 140㎎/dL 이상인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22%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23일에 밝혔다.

지금까지 혈관질환이나 당뇨병 환자들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많았다. 각각 55~70㎎/dL, 70~100㎎/dL 미만까지 낮추라고 권고했었다. 하지만 지병이 없이 건강한 사람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어느 정도까지 낮춰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혈관질환이나 당뇨병이 없이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필요성이 컸다.

연구진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00~189㎎/dL로 스타틴 약물 치료를 시작한 2만 8800여 명을 대상으로 치료 전후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혈관질환 발생률, 사망률을 비교 분석했다. 이들은 모두 혈관질환이나 당뇨병은 없지만 혈관질환에 대한 가족력이나 고혈압, 흡연 습관, 낮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 등 심혈관질환 위험 요인을 2개 이상 갖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치료 후 LDL 수치를 기준으로 100㎎/dL 미만, 100~119㎎/dL, 120~139㎎/dL, 140㎎/dL 이상 군으로 나눴다.

그 결과 이들이 10년간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확률은 8.4% 였다. 치료 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20㎎/dL 미만인 사람은 140㎎/dL 이상인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평균 22% 낮았다. 총사망률은 집단 간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100㎎/dL 미만군과 120㎎/dL 미만군 사이의 뚜렷한 차이를 찾지 못해, 치료 후 LDL 콜레스테롤 적정 수치를 ‘120㎎/dL 미만’으로 결론 지었다.

이상학 교수는 “유럽과 일본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왔었는데 각각 100㎎/dL 미만, 140㎎/dL 미만으로 다소 차이가 났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연구해 사회적, 치료비용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연구 결과처럼 LDL 콜레스테롤 적정 수치에 대한 근거를 찾은 국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선도적인 시도”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3일 국제 학술지 ‘대사’에 발표됐다.

참고 자료

Metabolism(2023), DOI: https://doi.org/10.1016/j.metabol.2023.155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