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종 아이엠지티 대표(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이달 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 있는 회사 사무실에서 밝게 웃고 있다. /이정아 기자

암 환자들은 암 치료 자체도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에 적지 않은 고통을 겪는다. 항암제를 먹으면 머리털이 빠지고 구토가 나서 일상 생활에 영향을 받는다. 항암제가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암 세포뿐 아니라 건강한 세포들까지 공격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건강한 세포는 빼고 암세포만 콕 찍어서 항암제를 전달할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고 있는 이유다.

이학종 분당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영상의학과 교수)은 지난 2010년 아이엠지티를 설립하고 아주 작은 지질나노입자에 약물을 넣어 혈관에 흘려보낸 뒤 암세포를 살살 흔들어 약을 밀어 넣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병원에서 진단에 사용하는 초음파의 세기와 주파수를 바꾸면 약물을 전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시작했다. 암 조직에 초음파를 쏴주면 혈액을 타고 흐르던 항암제가 담긴 지질나노입자가 달라붙는 원리다. 암 조직에 훨씬 더 많은 항암제들이 들어가면 그만큼 부작용도 줄어든다. 초음파는 방사선 치료와 달리 건강한 다른 조직을 망가뜨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의 아이엠지티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가까운 미래엔 사람 몸에 손을 대는 수술이나 내시경 시술 대신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초음파와 약물을 함께 사용하는 방법이 일반적인 항암 치료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병원에서는 태아의 상태를 살펴보거나 장기의 이상을 알아보기 위한 진단용으로 초음파를 사용하고 있다. 진단용과 치료용 초음파는 어떻게 다른가.

초음파 진동수별 가능한 치료./아이엠지티

“초음파는 2만㎐(헤르츠) 이상의 진동수를 가진 음파를 말한다. 2만Hz는 1초에 2만번 진동한다는 뜻이다. 사람의 귀는 20~2만㎐ 사이의 소리만 들을 수 있으므로 초음파는 귀에 들리지 않는다. 진단용 초음파는 2만~3만Hz 정도 된다. 임신 중인 태아의 모습을 관찰하거나 위, 장, 간 등을 살펴보는 용도로 쓴다. 에너지가 약해 치료나 물리적인 자극을 주기에는 마땅치 않다.

약물을 세포 안으로 들여보내는 데는 진동수가 30만~225만㎐인 초음파를 사용한다. 이미 병원에서 치료용으로 초음파를 사용하고 있다. 요로결석을 빼낼 때는 20~30㎐, 수술 없이 자궁근종을 없애는 하이푸 시술에서는 100만~500만㎐, 뼈를 치료할 때는 100만~200만㎐ 초음파를 사용한다.

여러 번의 실험을 거쳐 세포 안으로 약물 배달을 하는 데 가장 적절한 진동수의 초음파를 찾았다 초음파는 비침습적, 그러니까 몸에 칼을 안 대고도 7~8㎝ 안쪽에 자극을 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한 초음파를 쏜 피부 부위에도 전혀 상처가 남지 않는다. 초음파의 초점이 맺히는 곳에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 엑스선은 피부부터 목적지까지 투과하는 모든 곳에 영향을 준다. 레이저는 피부 1~1.5㎝ 아래까지만 들어가므로 약물 전달에 활용할 수 없다.”

─ 그렇다면 30만~225만 주파수의 초음파를 쏘는 기기를 개발한 건가. 아이엠지티에서 개발한 주요 기술들을 소개해달라.

아이엠지티에서 췌장암 치료용으로 개발한 '비열적 집속 초음파 치료기기'./아이엠지티

“아이엠지티에서 개발한 기술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앞서 설명한 초음파를 쏘는 기기인 ‘비열적 집속 초음파 치료기기’다. 40도 정도 열이 나는 초음파를 쏘기 때문에 고열로 인한 부작용이 없고, 세포에 약물이 잘 들어가게 하는 ‘버블 효과’를 낸다.

두 번째 기술은 약물을 싣고 몸속으로 들어가 혈류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초음파에 반응해 세포로 약물을 전달하는 ‘초음파 감응형 나노전달체’다. 이 입자는 크기가 100㎚(나노미터·10억분의 1m)정도로 매우 작다. 초음파에만 반응해 약물을 순간적으로 방출하기 때문에 약물을 목표 지점까지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다.

기존 항암제 치료로는 약물이 암조직에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아 부작용이 많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머리가 빠지고 구토를 하는 등 부작용이 일어나는 이유는 약물이 대부분 혈류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건강한 세포까지 공격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암 부위의 혈관을 감시하다가 지질나노입자에 든 약물이 혈류를 지날 때 초음파를 쏴서 약물을 많이 스며들게 한다. 약물을 정확히 암 조직에 전달할 수 있어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기술을 비롯해 관련 국내외 특허를 27건을 등록하고 103건을 출원했다.”

─ 초음파를 쏘면 어떤 원리로 약물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가. 또 어떤 암 치료에 적용 가능한가.

초음파로 약물전달을 돕는 원리./아이엠지티

“초음파를 쏘면 세포 주위에 마이크로 단위의 아주 작은 물방울이 생겨서 커졌다가 터진다. 이걸 캐비테이션 현상 또는 버블 효과라고 한다. 이 힘으로 약물이 세포 안으로 쑥 들어간다. 건강한 조직과 달리 암조직은 세포들이 엉성하게 모여 있으므로 이 방법으로 약물을 스며들게 하기에도 용이하다.

기존에는 마이크로버블을 일부로 만들어서 약물을 넣어야 했다. 하지만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버블 없이 이 효과를 이용해 약물을 넣는 기술을 개발했다. 세포막에 약물이 들어갈 수 있는 미세기공이 수 없이 많이 만들어져 이 안으로 약물이 스며드는 원리다.

비열적 집속 초음파 치료기기는 현재 췌장암 치료용인 IMD10으로 개발돼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국내 췌장암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비교 연구 중이다.

지난 4월부터 4개월간 15명 대조군은 기존 방식대로 항암치료를 받고, 15명 실험군은 항암치료에 IMD10을 50분가량 쏘았다. 이후 암세포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비교하는 실험이다. 내년 4월 쯤 데이터를 분석해 실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발표할 예정이다. 세계 최초 췌장암 대상 집속형 초음파 기기에 대한 연구 결과가 될 것이다. 1차에서 효능을 밝힌 다음, 내년 2차에서 확증 임상을 해 식약처 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이르면 2027년이면 시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항암제 성분에 따른 초음파 감응형 나노전달체도 개발해 임상시험 중이다. 독소루비신(Doxorubicin)을 넣은 초음파 감응형 나노전달체(IMP301)를 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엑사테칸(Exatecan)을 넣은 초음파 감응형 나노전달체(IMP305)는 현재 전임상 단계로, 임상 1상에서 적응증을 확인할 예정이다.

미국 시장도 노리고 있다. 췌장암은 한국에선 비율이 낮지만 주로 50대 이상 백인에게 많이 나타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허가를 얻어 기존보다 단축된 단계로 임상시험을 할 예정이다. 췌장암 외에도 육종, 특히 연조직육종, 담도암 등 고형암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항암 치료 관련해 어떤 기술을 개발했는가.

아이엠지티는 나노입자 바깥쪽에 약물을 이온결합으로 붙이는 기술(IMGT-NDL)도 개발했다. 입자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고분자 약물을 붙여 혈류를 통해 치료 부위까지 보낸 다음, 초음파를 쏘면 약물이 떨어져 나와 암세포 안으로 스며드는 원리다. 입자 안에는 액체가 가득 차 있어 초음파를 쏘면 기화하면서 나노입자가 커져 약물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아이엠지티

“나노입자 안이 아닌, 바깥쪽에 약물을 이온결합으로 붙이는 기술(IMGT-NDL)을 개발했다. 입자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고분자 약물을 붙여 혈류를 통해 치료 부위까지 보낸 다음, 초음파를 쏘면 약물이 떨어져 나와 암세포 안으로 스며드는 원리다. 입자 안에는 액체가 가득 차 있어 초음파를 쏘면 기화하면서 나노입자가 커져 약물이 떨어져 나갈 수 있어서다.

바이오 의약품 등 고분자 약물을 전달하는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현재 메신저리보핵산(mRNA) 등 유전자 치료제를 전달하는 입자(IMP701)를 개발해 전임상시험 진행 중이며, 항체 등을 이용한 항암제 전달 입자(IMP702)를 개발해 전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 초음파 없이도 암세포까지 약물을 전달하는 전달체(IMGT-EMB)도 개발 중이다. 기다란 실타래가 마구 엉켜있는 것처럼 생긴 폴리머 나노입자다. 국수면발에 들깻가루가 붙어 있는 것처럼 폴리머 입자에 약물이 살짝 붙어 있다가 원하는 부위에서 천천히 떨어져 나간다. 기존 약물전달체보다 약물을 방출하는 속도가 매우 느려서 약물 유지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임상 승인을 받아 조만간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간암세포를 먹여살리는 동맥을 틀어막는 간암색전술에 주로 쓰일 전망이다. 약물이 간에 오래 머물러야 하는 치료이기 때문에 이 기술이 효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동물실험에서 투여한 지 4주가 지나도 약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아이엠지티에서는 재미있는 연구 개발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영상의학과 교수로서 벤처기업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또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지금까지 내가 연구했던 것들이 실제로 임상 환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원했기 때문이다. 이전에 창업한 여러 의사들을 보았는데 역시 임상적인 필요성에 의해 방법을 찾으려고 시작한 사람이 많더라. 나 역시도 내가 연구했던 것들을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 데 사용하고 싶었다.

앞으로는 아이엠지티가 코스닥 상장을 하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다면 연구와 산업의 중간 자리에 서고 싶다. 학계에서 여러 좋은 연구 성과들이 비즈니스적으로 잘 될 수 있도록 돕고, 산업과 투자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될 만한 연구 성과, 기술들을 소개하고 싶다. 이런 선순환이 이뤄져야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