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9일 프랑스 파리 근교 라헤이 레로즈의 소파 침대 이음새에 빈대가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살충제에 내성(저항성)을 가진 빈대가 국내외에서 확산한 가운데 서울대 연구진이 빈대 퇴치에 효과적인 대체 살충제 성분을 찾아냈다. 집개미나 바퀴벌레를 방제할 때 쓰고 있는 성분이라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 설명이다. 정부는 이 연구 결과를 활용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8일 과학계에 따르면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이시혁 교수와 서울대 의대 김주현 교수 연구팀은 국내에서 빈대 살충제로 주로 쓰이는 피레스로이드 계통 제제보다 이미다클로프리드, 피프로닐 제제가 요즘 빈대 퇴치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미국 곤충학회지에 제출했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퍼지는 빈대는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저항성이 있도록 돌연변이가 생겼고, 이는 대물림 되기 때문에 이런 돌연변이 저항성 빈대를 방제하려면 기존 살충제와는 작용 기전이 전혀 다른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서울대 농생명대 조수지 연구원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곤충학회(Entomology 2023)에 이 내용을 발표했다.

최근 방역 현장에서 국내에서 쓰이는 피레스로이드 계통 살충제가 빈대 방제에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구진은 독한 빈대를 방제하는 대체 살충제로 여러 성분을 비교 평가한 결과 이미다클로프리드와 피프로닐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피레스로이드 계통은 곤충의 신경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마비시키는 살충제라면, 이미다클로프리드는 곤충 뇌의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을 차단해 방제하는 기전이다.

서울대 연구진이 한국서 채집한 빈대. 첫번째 줄은 일반 빈대(C. lectularius) 암컷과 수컷. 두 번째줄은 2021년 한국에서 발견된 열대 서식 반날개빈대(C.hemipterus). / 서울대학교 제공

살충제를 선택할 때는 해충 살상 효과도 중요하지만, 독성과 부작용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인체에 무해한 지 확인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다클로프리드와 피프로닐 제제는 환경부에서 이미 사용을 허가한 살충제 성분이라는 것에 연구진은 착안했다.

이미다클로프리드는 개미 등 농작물 채소 과일 해충을 주로 방제하는 농약으로, 피프로닐은 강아지·고양이의 털에 바르는 동물 외부 구충제 등에 쓰인다. 조수지 연구원은 "이미다클로프리드 성분은 가정용으로 허가돼 있어서 용도만 사용 신청을 하면 충분히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며 "피프로닐은 추가 안전성 테스트를 거쳐야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와 질병관리청은 서울대 연구 결과와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사례를 참고해 대체 살충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0년 전부터 살충제 저항성 빈대가 나타나면서 이미다클로프리드 성분이 포함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를 대체 살충제로 도입했다.

다만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제제는 사람의 태반을 통과해 탯줄 혈액에서도 검출된다는 보고가 있어 남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18년부터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인 이미다클로프리드(IMI)와 티아메톡삼(THM), 클로티아니딘(CLO) 등 3종에 대해 실외 사용을 금지했다.

인간의 피를 흡혈하는 빈대는 '빈대(Cimex lectularius)'와 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반날개빈대'(Cimex hemipterus)두 가지 종류가 있다. 빈대는 자생종이라는 개념이 없다. 두 종류 빈대는 1990년대까지 사실상 박멸 상태였는데, 일반 빈대가 2007년 서울을 중심으로 다시 보고되기 시작했다. 또 '열대빈대' 라고 불리는 반날개빈대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12월 처음으로 다시 국내 학계에 보고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2009~2019년 사이 국내에 다시 나타난 빈대는 피레스로이드 계통 살충제에 저항성을 갖고 있었다. 최근 발견된 반날개빈대 역시 피레스로이드 계통 살충제에 강한 저항성을 갖고 있었다.

조 연구원은 살충제 저항성과 함께, 반날개빈대 확산에 우려를 나타냈다. 반날개빈대는 흡혈 능력이 일반 빈대보다는 떨어지지만, 일반 빈대와 달리 매끄러운 표면을 잘 기어 올라갈 수 있는 등 기동성이 뛰어나다. 일반 빈대 방제용으로 쓰이는 '끈끈이'마저 반날개빈대에겐 소용없다는 뜻이다. 조수지 연구원은 "어떤 살충제도 영원히 쓸 수 없기 때문에, 해충의 살충제 저항성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면서 방제를 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계기로 빈대가 확산했다는 추측에 대해서 연구진은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한국방역협회와 진행하는 공동연구에서 지역별 빈대 샘플을 수집하고 있는데, 지역에서 샘플이 접수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