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살지만, 더 아프고 스트레스와 우울감에도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 여성들의 건강 현황과 주요 이슈를 담은 ‘제5차 여성건강통계’를 24일 발표했다. 이 통계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수행한 한국 여성 건강 연구용역을 토대로 만성질환과 정신건강 등 지난 10년 동안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자료다.
기대수명은 여성이 86.6세로, 남성(80.6세)보다 6년 길었다. 한국 여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기대수명 1위인 일본 여성(87.6세) 바로 다음으로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오래 사는 것에 비해 질병 부담은 컸다. 만성질환은 남성과 여성 사이 유병률은 비슷했지만, 여성 노인 인구가 늘면서 만성질환자 수가 증가했다. 여성 노인 당뇨병 추정 환자는 140만6000명으로, 남성 노인 당뇨병 추정 환자(119만4000명)보다 21만2000명 더 많았다.
한국 여성의 암에 걸리는 사례도 많아졌다. 여성의 암 발생률은 2000년 인구 10만 명당 197명에서 2020년 321.4명으로 늘었다. 유방암과 폐암, 췌장암 여성 환자가 계속 늘었고, 여성암 중에선 자궁체부암과 난소암을 얻는 여성이 많아졌다.
스트레스나 우울증에도 취약했다. 특히 여자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증 경험률, 자살 생각 비율이 남자 청소년에 비해 높았다. 여자 청소년의 우울증 경험률은 지난해 기준 33.5%로, 남자 청소년(24.2%)보다 9.3%P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25~34세 여성의 우울장애 유병률은 코로나19 유행 기간인 2020년 11.9%로 높은 편에 속했다.
건강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신체활동 격차도 줄지 않았다. 성인 여성의 근력운동 실천율은 16.4%로 남성(32.7%)의 절반 정도였고, 유산소운동 실천율은 남성의 87% 수준이다. 골다공증 유병률은 여성이 남성의 10배에 달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5차 통계에서 여성의 만성질환 관리와 정신건강 보호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여성의 건강은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 나아가 국가의 건강 문제와도 직결된다”며 “여성 건강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우리 사회 건강 증진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