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역 의대가 서울에서 실습수업을 운영하면서 지역 의대의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교육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울산에서 의대를 운영하도록 인가를 받은 울산대는 서울 송파구의 서울 아산병원에서 학생 실습수업을 한다. 울산대는 울산대병원 외에 서울 아산병원과 강릉 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지정하고 있다.
충북에서 인가를 받은 건국대(충주캠퍼스)도 서울 광진구의 건국대병원을 실습 병원으로 쓰고 있고, 충남 아산의 순천향대와 강원 춘천의 한림대도 수도권 소재 병원에서 학생들의 실습 수업을 하고 있다.
의대 실습 수업은 예과 2년이 끝난 본과 4년에 들어가는데 지역 의대로 입학한 학생들도 교육과정의 상당부분을 수도권에서 보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역 의대 졸업생의 수도권 취업으로 이어진다.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울산 지역 의대 졸업생 중 상세 취업 정보가 확인된 185명 가운데 149명이 졸업 후 수도권에 근무하고 있다. 10명 중 8명에 달하는 꼴이다.
실습 병원을 어디에 둬야하는지 법으로 정해진 건 아니기 때문에 지역 의대가 수도권에 실습 병원을 두는 게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 의료계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지역 의대 설립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는 비판은 나온다. 양승준 보건의료노조 충북지역본부장은 "정부가 의료 취약지역에 의대 인가를 내준 것은 실습 병원을 해당 지역에 세워 취약지역 의료 공백을 개선하라는 뜻"이라며 "편법 운영하는 의대에 대해서는 정부가 입학정원 조정 등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리 소홀 문제도 있다. 지역 의대가 실습 병원으로 사용하는 서울 지역 병원들은 교육시설로 인가받지 않은 곳이다. 안전 사고 등이 발생하면 책임 소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2021년 말 울산대에 미인가 학습장 운영을 이유로 시정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에 울산대는 올해 신입생부터 울산에서 4년 이상 교육받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육부는 지역 의대가 이런 문제점을 시정하지 않으면 의대 정원 배정 등에 반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