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리베이트는 생리의학상을 비롯한 2023 노벨상 수상 후보 23명을 선정해 지난 19일 홈페이지(clarivate.com)에 공개했다. 클래리베이트는 그간 꼽았던 후보들 중 실제 수상자가 많이 나와 '노벨상 족집게'로 통한다. 사진은 노벨생리의학상 메달./© Nobel Prize Outreach AB 2023

칼 준(Carl H. June)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세포면역치료센터 소장과 미셸 사들랭(Michel Sadelain) 미국 뉴욕메모리얼슬론케터링암센터 세포공학센터장, 스티븐 로젠버그(Steven A. Rosenberg) 미국 국립암센터(NCI) 종양면역학과장(외과 전문의)은 최근 항암 요법으로 사용되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를 연구한 대표적인 연구자로 손꼽힌다.

CAR-T는 암세포를 찾아내 공격하는 인체 면역체계의 주력군인 T세포에 암세포와 결합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추가해 항암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한 번 몸에 넣어주면 증식하면서 계속 약효를 내기 때문에 '살아있는 약물' '암세포의 연쇄살인마'로 불린다.

글로벌 정보분석업체 클래리베이트는 지난 9월 19일 준 교수를 비롯한 세 사람을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를 이용한 암 치료법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연구로 가장 유력한 노벨상 수상후보로 지목했다.

클래리베이트는 또 면역항암 연구외에도 마이크로바이옴을 컴퓨터로 연구한 롭 나이트(Rob Knight) 미국 UC샌디에이고 의대 소아과, 컴퓨터과학및공학과 교수, 수면 주기와 조절인자를 찾아낸 클리포드 세이퍼(Clifford B. Saper) 미국 하버드대 의대 신경과 교수와 엠마누엘 미뇨(Emmanuel Mignot) 미국 스탠포드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야나기사와 마사시(Masashi Yanagisawa) 미국 텍사스대 의대 분자유전학과 교수를 올해는 반드시 아니어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는 과학자들로 예측했다. .

클래리베이트는 생리의학상을 비롯한 2023 노벨상 수상 후보 23명을 선정해 지난 19일 홈페이지(clarivate.com)에 공개했다. 클래리베이트는 그간 꼽았던 후보들 중 실제 수상자가 많이 나와 '노벨상 족집게'로 통한다. 클래리베이트 산하 과학정보연구소(ISI)는 인용색인 데이터베이스(Web of Science)를 활용해 SCIE급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중 사회 공헌도와 인용 횟수 등을 토대로 2002년부터 매년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를 꼽아왔다.

◇ 부작용 없이 암세포만 표적으로 공격하는 CAR-T 세포치료제 개발자들

왼쪽부터 칼 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세포면역치료센터 소장과 미셸 사들랭 미국 뉴욕메모리얼슬론케터링암센터 세포공학센터장, 스티븐 로젠버그 미국 국립암센터(NCI) 종양면역학과장./Penn Medicin,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T세포는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만을 골라 공격해 없애는 면역세포다. T세포에 나 있는 수용체와 병든세포에 나 있는 수용체가 열쇠와 자물쇠처럼 물리적으로 꼭 들어맞을 때만 이를 인식해 그 세포를 없앤다. CAR-T, 즉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는 암세포 표면에 난 특별 분자를 인식하도록 조작한 T세포를 말한다.

CAR-T 세포치료제는 암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만을 분리해 원하는 수용체가 돋아나도록 조작해 만든다. 이걸 대량 생산해 다시 환자의 몸속으로 넣으면 CAR-T가 특정 수용체가 나 있는 세포, 즉 암세포만 골라 공격해 없앤다.

현재 병원에서 쓰이는 항암제는 암세포뿐 아니라 건강한 세포까지 공격한다. 이때문에 눈썹과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속이 매쓰꺼워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CAR-T 세포치료제처럼 암세포만 표적으로 공격하는 치료법은 기존 항암 치료보다 부작용이 덜하고 암조직을 효율적으로 없애는 장점이 있다.

칼 준 소장과 미셸 사들랭 센터장은 각 환자의 T세포가 암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죽이도록 조작하는 방법을 개발한 업적를 인정받았다. 사들랭 센터장은 CAR-T를 조작하는 기본적인 방법을 확립했다. 그는 CAR-T를 "살아있는 약물"이라 표현하며 암세포를 즉각적, 장기적으로 없앨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제라 설명했다. 이후 준 소장과 함께 CAR-T 치료법을 완성했다.

준 소장은 2010년 백혈병 환자 두 명을 대상으로 첫 임상 시험을 진행해 10년간 암 진행을 늦추는 성과를 보였다. 2017년 9월에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에 걸린 소아청소년을 위한 CAR-T 치료법을 개발해 미국 FDA승인을 받았다. 준 소장과 미셸 센터장은 올해 '실리콘밸리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breakthrough prize) 생명과학 분야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티븐 로젠버그 학과장은 종양침윤림프구(TIL) 치료법을 개발한 업적을 인정받고 있다. TIL 치료법은 암환자의 암조직에 든 T세포를 T세포 활성인자인 인터루킨2와 함께 증식시켜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법이다. 림프종과 고형암 환자에게서 특히 부작용 없이 항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 컴퓨터로 인체, 동물, 환경 마이크로바이옴 밝히는 롭 나이트

롭 나이트(Rob Knight) 미국 UC샌디에이고 의대 소아과, 컴퓨터과학및공학과 교수./UC San Diego Health Sciences

롭 나이트(Rob Knight) 미국 UC샌디에이고 의대 소아과, 컴퓨터과학및공학과 교수는 인간과 동물, 환경 내 미생물 생태계를 특성화하기 위한 실험과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업적을 인정받고 있다.

나이트 교수는 사람의 몸속에서 사는 미생물 생태계(마이크로바이옴)를 분석하면 개인별 발생할 수 있는 질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고, 환자마다 올바른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는 연구 성과를 냈다.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축하기 위한 방법도 연구 중이다.

미생물이 몸 안팎에서 살아가는 방법부터 질병과 연관된 메커니즘, 그리고 몸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방법까지 미생물이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이트 교수는 현재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최적화해 감염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특시 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식단이다. 식단이 면역계 기능에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잘 활용하면 유익한 장내세균들로 몸속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 수면·각성 주기와 기면증 유전자 밝힌 연구자들

왼쪽부터 클리포드 세이퍼(Clifford B. Saper) 미국 하버드대 의대 신경과 교수와 엠마누엘 미뇨(Emmanuel Mignot) 미국 스탠포드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야나기사와 마사시(Masashi Yanagisawa) 미국 텍사스대 의대 분자유전학과 교수./Harvard Medical School Division of Medical Sciences, Stanford Medicine, University of Tsukuba

클리포드 세이퍼(Clifford B. Saper) 미국 하버드대 의대 신경과 교수와 엠마누엘 미뇨(Emmanuel Mignot) 미국 스탠포드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야나기사와 마사시(Masashi Yanagisawa) 미국 텍사스대 의대 분자유전학과 교수 등 3인은 수면·각성 주기에 대한 유전학적, 생리학적 연구로 인정받았다.

세이퍼 교수는 수면의 항상성과 일주기 리듬에 대해 알아냈다. 그는 뇌에서 각성을 유발하는 세포조직과 수면을 유발하는 복외측시각교차전핵(VLPO), 그리고 이들 조직이 상호작용하며 수면과 각성을 번갈아 제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뇨 교수와 마사시 교수는 기면증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기면증은 수면 패턴이 비정상적으로 망가져 낮시간에도 참을 수 없을 만큼 졸린 병이다. 두 연구자는 각자 연구를 통해 히포크레틴 또는 오렉신이라는 신경전달물질(단백질 인자)이 뇌에서 부족하거나 뇌세포에 제대로 작용하지 못할 때 기면증이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이 인자가 뇌세포의 어느 수용체에 붙는지를 찾아낸 성과로 두 사람은 지난해 브레이크스루상을 수상했다.

클래리베이트에서 꼽은 이들 후보 가운데 누가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아도 놀랍지 않다. 과학계에서는 클래리베이트의 유력 후보로 꼽힌 것만으로도 노벨상 수상에 견줄 만한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데이비드 펜들버리 ISI 연구분석책임자는 "올해 노벨상 후보들은 논문 인용 횟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한 사람들"이라며 "그들의 업적을 이렇게 인정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올해 노벨 과학상은 내달 2일 노벨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3일 물리학상, 4일 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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