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국제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3)' 를 찾은 병원장들과 의료과 관계자들이 만드로(Mand.ro)가 개발한 로봇 의수 시연 장면을 보고 있다. /허지윤 기자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하는 '국제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3)'가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본격 개막했다. 지난 3년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열린 이번 박람회 행사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10주년을 맞은 이번 박람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20개 기업이 참가하고 550개 부스가 설치됐다.

코로나19로 다수가 모인 대면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던 병원장 등 의료계 관계자들이 오전 10시 개막식을 앞두고 한자리에 모였다. 개막 첫날 오전 시간임에도 전시장 곳곳에서 부스를 둘러보는 내국인과 외국인 관람객들이 보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AI와 로봇, 클라우드 등 최첨단 기술을 의료에 접목한 '헬스테크'가 대거 소개됐다. 코로나19 이후 의료계에서도 '디지털 전환 가속화'가 주요 화두다. 윤동섭 대한병원협회장(연세의료원장)은 "특히 헬스케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의 새 이정표를 제시하고자 '헬스테크'를 새롭게 더했으며, 미국 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HIMSS)와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만드로의 이상호 대표가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3)' 홍보 부스에서 촉각·모션 감지 휴머노이드 로봇기술을 시연을 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 관람객들 발길 잡은 로봇 기술

이날 전시장에서는 의료로봇, 물류로봇, 방역로봇 등 다양한 로봇기술이 가장 많은 사람의 발길을 붙잡았다. 전시장 부스 곳곳에서 로봇 시연을 볼 수 있었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도 이번 박람회에 참여해 연구개발(R&D)을 지원한 회사들의 우수 성과를 홍보했다. 의료로봇 회사인 만드로의 이상호 대표는 이날 부스에서 동작 추적(모션 트래킹)기술을 활용한 제어 컨트롤러를 착용하고 로봇 기술을 시연하자, 관객들이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만드로는 손가락, 팔이 절단돼 의수를 착용해야 되는 환자를 위해 로봇 의수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회사다. 이상호 대표는 "만드로가 개발한 로봇암의 손바닥과 손가락 끝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센서를 부착했다"면서 "손바닥에 붙인 센서가 사람의 신경처럼 기능을 하는데, 이를 통해 물건 등을 잡는 강도를 조절하고 손상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에선 의수를 착용하려면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지만 만드로의 손가락 의수의 경우 비용이 10분의 1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방역로봇사업단이 개발 중인 지능형 자율방역 로봇. /허지윤 기자

또다른 부스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방역로봇사업단이 팬데믹 대응 로봇· ICT융합 방역체계 개발사업 성과를 발표했다. 현장에서 오상록 KIST 방역로봇사업단장과 연구진이 직접 주요 방역로봇 시연을 하며 주요 기술을 선보였다. 그중 하나가 '비대면 비강 자동검체 추출 로봇'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의료진 재감염 문제, 검체 업무 과부하 등의 문제가 드러났는데, 로봇기술로 이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오상록 단장과 연구진은 현장에서 검체로봇 시범을 선보이면서 "이 검체로봇을 병렬로 5~10개를 놓고 검체 작업을 하고 의사 1명이 로봇을 통해 검체한 정보를 모니터링하면서 유사시에 투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단장은 "앞으로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팬데믹을 대비해서 병원 현장의 검체 시스템도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이라며 "우리가 연구개발한 검체 추출 로봇은 병원뿐 아니라 공항 등에서도 무인 검체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격리중환자실 치료장비 원격 모니터링조작시스템, 지능형 자율방역 로봇, 지능형 물품이송 및 배달로봇, 지능형 확진자 동선추적 목록화 기술이 소개됐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국제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3)' 전시장에서 외국인들이 홍보 부스를 관람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 의료AI 시대… 연극 무대 펼친 닥터앤서

인공지능(AI) 정밀 의료 솔루션 '닥터앤서2.0′은 지루할 수 있는 기술 개발 연구 결과를 짤막한 연극을 통해 알기쉽게 소개해 주목받았다. AI기술로 개발된 소프트웨어 솔루션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처럼 제품을 직접 보여주기 어려운데, 닥터앤서 사업을 통해 뇌경색 발병 시간을 예측하는 AI 소프트웨어를 연극으로 표현한 것이다.

뇌경색의 골든아워는 4.5시간으로 알려져 있으나, 질환 특성상 급성 뇌경색 환자들의 발병시간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사업단은 AI를 통해 보다 정확한 뇌경색 발병 시간을 파악해 치료 기회를 신속하게 확보하고, 예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봤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수년간 다기관 임상을 통해 수집된 뇌 영상을 학습시키고, 환자의 뇌 영상을 분석, 짧은 시간에 정확하게 발병시간을 추정해 골든아워 경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닥터앤서2.0은 12개 질환의 예측, 분석, 진단, 치료, 예후관리 등 진료 전주기에 필요한 24개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280억원을 투입해 2021년 4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개발 사업을 진행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를 지내다 올해 정년 퇴임한 백롱민 사업단장이 사업을 이끌고 있다.

백롱민 사업단장은 "병원별 전자의무기록(EMR), 영상, 유전체 등 다양한 의료정보를 AI가 학습할 수 있는 빅데이터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AI를 개발하고 플랫폼에 얹어 클라우드 서비스(SaaS)와 병원정보시스템에 연동시키는 프로젝트"라며 "30개 대형병원과 20개 AI 전문 기업, 400명의 인력이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단장은 "닥터앤서2.0 사업을 통해 개발된 24개의 AI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의사의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과 치료를 돕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3)'에서 '닥터앤서 2.0'사업을 통해 개발한 뇌경색 발병 시점 예측 AI 소프트웨어의 효용성을 연극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