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면역체계가 뇌 기능은 물론, 사회적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면역력을 활성화해 자폐 증세를 완화할 수도 있는 것이죠.”
글로리아 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뇌인지과학부 교수는 7일 ‘2023년 한국뇌신경과학회 정기국제학술대회’ 특별강연에서 “면역체계를 통해 자폐나 우울증 같은 뇌 기능 이상을 치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지난 2017년 남편인 허준렬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와 함께 동물실험을 통해 면역단백질이 자폐아 출산의 원인일 수 있다고 밝힌 한인 뇌과학자다.
자폐증은 다른 사람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회적 행동 능력이 떨어지는 증세를 보이는 발달 장애다. 자폐증을 겪는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자폐증이 있는 발달장애인은 2021년 기준 25만5000명인데, 3년 전인 2018년보다 1만8000명 늘어났다.
최 교수가 주목하는 것은 면역 시스템이 만드는 단백질 ‘인터루킨(Interleukin, IL)’-17이다. IL-17은 면역세포에서 분비하는 면역 조절 단백질이다. 최 교수 부부는 임신 중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어미에서 태어난 새끼는 IL-17이 뇌에 작용해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동료와 어울리지 않는 자폐 증세를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최근엔 같은 면역단백질이 자폐 증상을 완화하는 현상도 발견했다. 자폐증 동물에게 세균의 지질다당류(LPS)를 투여하자 사회적 행동과 사교성이 늘어난 것이다. LPS는 세균성 내독소(內毒素, endotoxin)로도 불린다. LPS 치료를 받은 동물은 면역세포 활성화와 함께 체온이 올랐다.
최 교수는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의 약 17%가 실제로 머리에 열이 나는 동안 사회적 행동의 결여 같은 자폐 증상이 호전된 사례가 있다”며 “면역체계와 뇌 사이의 상호작용 개념은 다양한 신경학적 장애들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면역체계와 뇌 신호전달체계의 관계를 지도화하면 발달 장애뿐 아니라 다양한 뇌 질환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 교수는 “면역체계와 뇌 신호 사이의 소통을 위해 통로 역할을 하는 면역 인자들을 추가로 발견해야 한다”며 “이 정보를 매핑하고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사람의 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