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이 유전자가 조작된 돼지 신장을 뇌사 환자에게 이식한 결과 한 달 넘게 정상 기능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돼지 신장을 이용한 이식 실험 중 최장 기록이다.
16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로버트 몽고메리(Robert Montgomery) 뉴욕대 의대 랭건병원 교수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 돼지 신장 이식 실험 결과 32일째 정상 기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식 대상은 호흡 보조장치가 부착된 57세 남성 뇌사 환자다.
연구팀은 '알파갈'이라는 당 분자를 생산하는 유전자가 없어지도록 조작된 돼지의 신장을 사용했다. 알파갈은 사람에게는 발견되지 않아 인체 면역 체계가 다른 동물의 장기를 거부하도록 만든다. 또 거부 반응을 더 줄이기 위해 연구팀은 돼지의 흉선을 남성에게 이식하고 면역 억제 약물을 투여했다. 흉선은 면역 체계가 자기 세포와 외부 세포를 구별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돼지 신장 이식 직후 남성의 신장에서 소변이 생성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식 후 32일간 신장에서 제거되는 노폐물을 나타내는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가 정상 범위를 유지했고, 거부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돼지 신장 이식을 진행한 제이미 로크(Jayme Locke) 미국 버밍엄 앨라배마대 의대 교수도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로크 교수 연구팀의 돼지 신장은 10가지의 유전자 조작이 이뤄졌다. 이 돼지 신장은 일주일간 정상 기능했고, 노폐물인 크레아티닌을 제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크 교수 연구팀의 논문은 이날 미국의사협회 수술학회지(JAMA Surgery)에 게재됐다.
동물 장기 이식은 부족한 장기 기증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되고 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한국 장기 이식 대기자 수는 4만446명으로, 평균 대기시간은 5년 4개월에 달한다. 부족한 인간 장기를 대신해 동물 장기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다.
몽고메리 교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조만간 대부분의 영장류가 돼지 장기를 거부하지 않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이번 연구에서 초기 임상 시험으로 이동하는 데 필요한 많은 단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로크 교수는 뇌사 환자에게만 이뤄진 유전자 조작 돼지 신장 이식을 일반 환자에게 임상 시험을 할 수 있도록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논의 중이다.
참고자료
JAMA Surgery, DOI: https://doi.org/10.1001/jamasurg.2023.27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