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전북 부안 새만금 일대에서 열린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주최 측이 마련한 쉼터에서 외국인 참가자들이 지친 기색으로 쉬고 있다. /김민소 기자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린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개막 첫날부터 온열질환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참가자들의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2015년 잼버리가 열린 일본에서도 고온으로 행사 참가자들 중 온열환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은 일이 반복된 것이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2일 브리핑에서 전날까지 잼버리 야영지에서 총 807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400명 이상이 온열질환 환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총 21명이 병원 두통, 근육경련 등의 증상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국 국적이 2명이고 영국과 스웨덴 각각 4명, 대한민국, 방글라데시, 콜롬비아 각각 2명, 미국, 독일, 폴란드, 벨기에, 포르투칼 각각 1명 등이다. 경증 환자가 대부분이며 중증 환자로 관리되는 참가자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에서 4년마다 여는 청소년들의 야영 대회다. 올해 참가자 수는 14~17살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 3만50명, 지도자 3496명, 운영요원 9709명 등 역대 최다인 158개국 4만3000여명에 달한다. 전 세계 모든 잼버리 야영장에는 참가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시설인 잼버리병원과 클리닉이 운영된다.

잼버리에서 온열환자가 발생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7월 28일~8월 8일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열린 ‘제23회 잼버리’에서도 열사병과 탈수, 피부 화상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다수 나오면서 현장 의료시설인 잼버리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일본의 낮 기온은 35~40도에 육박했고, 습도도 80%까지 치솟았다.

2020년 8월 3일~12일에는 우간다 캄팔라에서 ‘아프리카 잼버리’가 열렸는데, 이때 우간다의 기온은 31도에 그쳤고 습도는 최대 72%였다.

오는 12일까지 잼버리가 열리는 부안에는 폭염경보가 발효된 상태다. 폭염경보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령된다. 전날 부안의 최고 기온은 34도에 달했고, 이날 오전 11시 기준 31도를 넘어섰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조직위는 폭염경보 발효 시 기상청과 논의해 프로그램 축소 운영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스카우트 공식 홈페이지에도 잼버리 참가자들의 온열질환 발생에 대비하는 내용의 건강·안전 관리 준칙이 게재돼 있다. 이에 따르면 지도자들은 참가자들이 온열질환 증상을 보일 경우 신속하게 조치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참가자들은 모자와 선글라스,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적으로 지녀야 한다.

현재 조직위는 참가자들의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야영장에 그늘 쉼터 1722개소를 마련하고, 덩굴터널 57개 동, 7.4㎞를 조성했다. 조직위는 이날부터 냉방 장치와 대형 물탱크를 추가하기로 했다. 잼버리 병원과 클리닉 등 야영지 내 병상도 50여개에서 150개까지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조직위는 “앞으로 기상청 정보 등을 통해 기온 등 현황을 지속적으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관련 의약품, 의료진을 통해 온열질환에 대하여 보다 철저하게 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