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탈모약 용기에 넣어 판매된 현대약품(004310)의 치매치료제에 대한 신속한 회수 조치와 함께 두 의약품을 구별할 방법을 공유했다. 두 약은 크기와 색깔 모양이 같아서 겉면에 쓰인 '알파벳'과 코팅 여부로 구분해야 한다.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대약품은 탈모약인 현대미녹시딜정(8㎎·30정) 용기에 치매약인 타미린정(8㎎·30정)을 담아 유통한 것을 확인해 자진 회수 조치에 들어갔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약은 제조번호가 23018인 '현대미녹시딜정'이다. 공교롭게도 용기가 바뀐 두 약은 약 색깔이 흰색으로 동일하고, 모양과 크기가 지름 6.5㎜의 원형으로 구분이 쉽지 않다. 두 약이 다른 점은 미녹시딜정은 윗면에 'MNT'가 음각 처리돼 있고, 아랫면 아무 표시가 없다. 타미린정은 윗면에 HDP 뒷면에 G8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또 약이 코팅돼 표면이 매끈걸니다. 미녹시딜정을 처방받아 구입한 환자는 알약이 매끈거리고, 양쪽 면에 알파벳이 모두 새겨져 있다면 먹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타미린정은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 치료에 쓰이는 '갈란타민' 성분의 의약품이다. 갈란타민은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계열의 의약품으로, 치매 치료를 포함해 뇌 기능 개선제로 쓰인다.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콜린에스테라아제는 뇌 기능에 필요한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을 분해하는데, 이런 분해를 억제해서 뇌 기능이 저하되는 속도를 늦춘다.
문제는 타미린의 부작용이다. 의료계에서는 콜린에스테라아제 계열의 치매약을 복용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주된 부작용으로 구역⋅구토를 꼽았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구역 구토와 함께 위장 장애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간이나 신장이 약한 경우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위장과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은 복용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 약의 주의사항에도 중증의 간질환, 신장질환 환자에게는 약을 처방하지 않도록 적혀 있다. 또 최근에는 이 약을 먹은 염전성 심실 빈맥, 즉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뛰는 현상도 보고됐다. 허가 사항을 보면 하루에 한 번 8㎎ 한 알씩 먹고 최대 24㎎(3알)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지만, 이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면 복용을 중단하도록 한다.
현대미녹시딜정은 고혈압 치료제로 분류돼 있지만, 이 약을 먹으면 머리, 팔, 다리에 털이 많이 나는 부작용(다모증)이 발견되면서 탈모 치료제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1~5월 매출액만 21억원을 돌파했다. 미녹시딜을 반 알 정도인 5㎎ 이하로 섭취하면 탈모치료제로 효과가 있다는 해외 논문도 최근 공개됐다.
현대약품은 제조공정에서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현재 자진 회수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대약품은 "소비자 보상이 필요하면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제조번호가 23018인 '현대미녹시딜정'을 조제하거나 복용하는 중에 '타미린'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즉시 투약 및 복용을 중단하고 구입 약국 또는 현대약품에 반품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