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001450) 화재보험이 발달 지연 아동의 언어 치료 보험금 지급을 잇달아 거절했다며 소아청소년과 의사들로 구성된 의료단체들이 27일 반발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행동발달증진학회, 대한 아동병원협회, 한국뇌전증협회, 한국아동놀이치료심리상담협의회, 아기키우기좋은나라만들기운동본부 등으로 구성된 소아 청소년 발달 지연 및 장애 치료전문가 단체는 27일 서울 이촌동 의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현대해상이 소아·청소년 환자 보호자들에게 발달 및 언어 지연 치료 등에 대한 보험금 거절 관련의 문자를 보낸 것에 사과를 요구했다.
대한 아동병원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 기준 발달 지연 아동 수는 30만 명이고, 이 가운데 자폐스펙트럼 아동 수는 3만 5000여 명이다. 발달 지연과 장애가 있는 소아 청소년은 조기 진단을 통해 초반에 적극적인 개입 치료를 해야 하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찮다. 그동안 어린이 보험에 가입한 보호자들은 실비를 보전받는 방식으로 비용을 충당했는데, 최근 보험사들이 이를 거절하면서 치료비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 단체의 설명이다.
현대해상은 지난달 8일 일부 소아청소년과의원을 특정해 '발달 지연 실손의료보험 심사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이 병원 의사들이 정상인 어린이도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과잉 진단하고, 치료를 유도하고 진료비 선결제를 강요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단체는 "현대해상은 의학적 치료 근거가 부족한 문건을 배포해 의료인의 진료권을 훼손하고, 발달 지연 아동의 가족들에게는 치료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며 비슷한 문건이 또 배포되면 이를 막는 관련 법적 조치와 함께 현대해상 어린이 보험상품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현대해상이 어린이보험 상품을 구성하면서 R 코드 질환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한다"며 "이는 이 회사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 코드는 원인 질환이 확인되기 전까지 부여하는 임시 코드다. 예를 들어 R 코드로 치료받던 소아 환자가 신경병증, 뇌전증, 자폐스펙트럼 등 원인 질환이 확인돼 새로운 코드를 받게 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들 단체는 "출생 전 예상치 못한 신경병증, 뇌전증, 자폐스펙트럼, ADHD, 우울증, 인지 장애 등에 대한 보상이 불공정한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전반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발달 지연 아동 가족들의 권익을 보호하며 의료기관과 전문가들의 역할을 적절히 인정하는 약관을 마련해 부모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현재 판매 상품의 약관을 검토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양동 아동병원협회장은 "영유아 발달 지연 및 장애에 대한 조기진단 치료 비용은 국민건강보험에 편입시키고, 국가 영유아검진사업을 수행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발달지연 영유아의 조기진단 및 조기 치료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발달지연 아동에 대한 진단과 치료는 소아정신과에서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