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가에 있는 헝가리 국회의사당 전경. /타스 연합뉴스

해외 의대를 졸업한 뒤 국내에서 의사 국가고시(국시)에 응시하는 사례가 최근 10년새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의대 출신들이 주도하는 의료계가 ‘헝즈(헝가리·우즈베키스탄) 의대생’이라며 비하하는 헝가리와 우즈베키스탄 의대 출신의 유학생 국시 합격률이 80% 안팎인 것으로 집계돼 눈길을 끌고 있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실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받은 ‘외국 의대 졸업자 국내 의사국가고시 응시와 합격 현황 자료’를 보면, 2001년부터 2023년까지 23년 간 외국 의대 출신 국가별 의사국가고시 응시자는 총 409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47명이 합격해 전체 합격률은 60.4%로 조사됐다.

응시자 숫자는 시행 초기였던 지난 2001년 40명에 달했으나, 필리핀 유학생 응시생 10명이 전원 낙방한 2005년 이후 급감했다. 전체 응시생 숫자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1~4명에 그쳤다가 2014년(7명)부터 지난해는 40명을 돌파했다.

국적별로 2001년부터 2005년까지는 필리핀 응시자(105명)가 가장 많았고, 2013년부터 올해까지는 헝가리(118명)와 우즈베키스탄(38명) 순으로 많았다. 한국에서 의사를 하려는 목적으로 유학을 가는 외국 의대가 필리핀에서 헝가리와 우즈베키스탄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외국 의대 유학생 의사 국시 합격률도 크게 높아졌다. 지난 2005년 합격률은 24%(29명 응시 7명 합격)였으나, 올해와 지난해 합격률은 각각 80%(40명 응시 32명 합격), 83%(42명 응시 35명 합격)였다. 지난 2021년에는 응시한 33명 모두 합격해 100%를 기록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외국 의대 졸업자 국내 의사국가고시 응시 및 합격 현황 자료'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 제공

이는 올해 울산 의대 학생의 올해 국시 합격률(75%)보다 높고, 국내 의대 졸업생의 전체 국시 합격률(96.2%)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총 응시자가 20명이 넘는 나라를 기준으로 국가별 합격률은 헝가리가 82.35%로 가장 높았고, 영국(77.3%), 우즈베키스탄(76.3%)을 기록했다. 필리핀 합격률은 17.92%(106명 응시 19명 합격)에 그쳤다.

외국 의대 졸업자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국가시험원(국시원)의 인증을 받은 대학 졸업자에 한해 국내 의사 국시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응시 자격이 있는 의대는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다.

그 대신 시험 당사자가 국시를 치르기 전에 국시원으로부터 정부가 인정한 대학인지 확인을 받으면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이들은 국가고시와는 별개의 예비시험을 통과한 후 국내 의대생들과 함께 응시하는 본고사를 치르게 된다. 다만 올해 자격이 있는 의대라고 시험을 치렀으나, 국시원의 재인증 절차를 통해 1∼2년 사이에 정부 `인증’이 무효화 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 제공

한국인 유학생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헝가리 제멜바이스(Semmelweis) 의대는 지난 2014년 인증심사에 통과했다. 국시원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제멜바이스 의대를 졸업한 학생이 국내에서 의사 국가고시 시험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2020년 기준 제멜바이스의대 재학생 1317명 중 약 20%(253명)가 한국인이었다.

헝가리와 우즈베키스탄 의대는 입학은 쉽지만 졸업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수학능력검정시험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지만 헝가리 의대는 절대평가로 선발한다. 헝가리 의대는 문법영어·의학영어·생물·화학 등 4가지를 필기시험으로 뽑고, 나머지 구술은 생물·화학 관련 주제를 두고 교수와 면접을 한다.

우즈베키스탄 부하라(Bukhara) 의대는 입학시험도 따로 없고, 고등학교 성적과 영어 성적을 포함한 서류 심사(30%) 를 본 다음에 화상 인터뷰를 통한 면접(70%) 으로 입학 여부를 결정한다.

헝가리 의대 교육 커리큘럼은 한국과 비슷하다. 3학년 때부터 현지 병원에서 숙식하며 수련한다. 헝가리어와 영어로 의사소통해야 하고, 2번 유급하면 퇴학 조치된다. 헝가리 의대를 졸업하면 유럽연합(EU) 25개 국가에서 의사 면허를 받을 수 있다. 헝가리 국립의대 교육과정은 미국 의대와 동일한 교육 과정을 인정받고 있어 미국 의사면허시험(USMLE) 합격률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의사 면허가 있어도 외국인은 병원 개원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