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8일 국내 첫 중입자 치료를 받은 최동오(64) 씨는 올해 초 받은 건강검진에서 전립선암 의심 소견을 들었다. 전립선에서만 생성되는 단백질인 전립선 특이항원(PSA) 수치가 정상 범주의 두 배에 달했다. 조직검사를 통해 암 진단을 받은 그는 당장 수술 날짜부터 잡았으나, 환우회를 통해 연세대 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 소식을 접했다.
기업을 운영하는 최씨는 일본 등 해외 출장을 통해 중입자치료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그는 "한국에도 중입자치료센터가 있다는 소식에 너무나 반가웠고, 한국의 의학 기술이 대단히 발전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달 20일을 마지막으로 12차에 걸친 치료를 마쳤다. 오는 28일 PSA 검사를 앞둔 그는 "건강하게 완치된 모습으로 중입자 치료에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중입자 치료센터 개소식…. 10명 치료 완료
국내 첫 '중입자 치료기'가 첫 환자 치료를 시작한 지 46일(한 달 보름) 만인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중입자 치료기는 탄소 입자를 가속해 암세포만 골라서 정밀타격해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이곳에 설치된 중입자치료기는 국내 최초이자, 독일⋅일본⋅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16번째다.
연세대가 3000억 원을 들여 지난해 9월 완공한 중입자센터는 지난 4월 최씨와 같은 전립선암 환자부터 치료를 시작했다. 암 치료는 크게 수술, 항암, 방사선치료로 나뉜다. 중입자 치료는 방사선 치료의 일종인데, 세포 살상력이 다른 치료에 비해 크기 때문에 오작동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체 외부 장기에 있는 종양부터 치료에 들어갔다는 것이 연세암병원의 설명이다.
전립선암 환자는 중입자 치료로 일주일에 4번씩 3주 동안 치료를 받는다. 엑스레이 치료가 30일, 양성자는 30회 치료가 필요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간편하다는 것이 의료진 설명이다.
최씨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0명의 전립선암 환자가 중입자 치료를 마쳤다. '1호' 외국인 환자는 러시아 국적의 50대 남성으로 전립선암 1기 때 직접 병원을 찾아왔다.
4번씩 3주 중입자 치료 비용은 5500만원. 외국인 환자 치료비는 5500만원의 130%인 7150만원을 받는다. 연세대 의료원 관계자는 "내국인 환자보다 비싼 가격인데도, 개의치 않고 치료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환자는 러시아로 돌아가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방사선 치료는 암세포에 방사선을 쏴 암세포를 파괴하는 것을 뜻한다. 중입자 치료는 '무거운 입자'인 탄소 입자를 빛의 속도인 30만㎞/s의 70%까지 빠르게 돌려서 생긴 에너지를 암세포에 쏘아서 파괴한다. 기존의 방사선 치료인 감마선(감마나이프)이나 양성자(수소 입자) 치료와 비교하면, 탄소 입자는 12배(수소 입자) 이상 무겁기 때문에 파괴력이 2~3배 강력하다.
중입자 치료는 강한 암세포 파괴력도 있지만, 에너지를 특정 한 지점에만 모아서 터뜨릴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예컨대 한 줄로 나열된 10개 풍선 가운데 7번째 풍선이 암세포라면, 기존의 방사선 치료로는 앞줄에 있는 6개 풍선을 모두 터뜨려야 7번째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입자 치료는 7번째 풍선에만 에너지를 응축해 터뜨려 나머지 풍선은 안전하다.
시술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엑스레이 장비 등을 통해 암세포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 지점에 정확히 조사하게 된다. 홍채선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여러 확인 절차와 준비 작업 때문에 현재 10~2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며 "막상 중입자를 쏘는 시간은 1분 30초 정도 걸릴 정도로 짧고, 치료의 특성상 부작용이나 다른 장기에 미칠 영향이 적다"고 설명했다.
암 환자 치료 결과를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치료 한 달 후 PSA 검사를 통해 1차 효과를 평가할 수 있지만, 암 치료 성적은 5년 생존율이 중요하다. 하지만 치료받은 최 씨는 "중입자 치료를 시작한다고 듣고, 침대에 누운 지 몇 분도 되지 않아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놀랐다"며 "(치료를 끝낸 지금) 소변을 볼 때 약간 불편한 것만 빼면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말했다.
◇ "문의 전화 하루에 200~300통…. 연말 회전형 가동"
연세의료원에 있는 중입자 치료기는 지하 4층에 있는 가속기에서 만든 탄소 입자 에너지를 지하 2층에 있는 치료실에 끌어와 환자에 쏘는 방식이다. 고정형 1대와 회전형(갠트리) 2대를 도입했는데, 현재는 설치가 간단한 고정형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고정형은 중입자 치료기는 왼쪽 벽에 고정해 두고, 침대를 움직여 환자의 환부에 에너지빔을 쏘는 구조다. 종양 위치에 따라 환자가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누워있는 상태에서 방사선 조사가 용이한 전립선이 주 대상이 된다.
회전형은 거대한 원통형 치료기 안에 환자 침대가 들어가고, 원통에 부착된 기기가 회전하면서 암 세포를 타격한다. 회전형이 가동되는 올해 12월이면 췌장암이나 골육종 같은 난치성 암환자 치료도 가능해진다.
500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에도 국내외 암 환자들 사이에서 중입자 치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센터는 일주일에 나흘 화⋅수⋅목⋅금 치료기를 작동하는데, 치료 중인 환자가 10~12명이고 대기하는 환자만 50명이 넘는다. 문의 전화도 쏟아진다.
이익재 연세암병원 중입자 치료센터장은 "전립선암 환자는 물론이고, 흑색종 등 다른 암 치료에 대해서도 하루에 200~300통씩 문의 전화가 온다"며 "진료까지 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다만 "췌장암과 같은 난치성 암 환자들에게는 중입자 치료를 기다리지 말고 다른 치료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라고 말했다. 전립선암이 아닌 암종의 환자가 중입자 치료를 받으려면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데, 암은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센터는 중입자 치료기 운영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홍채선 교수는 "지난 4월 첫 가동 때는 하루에 두 명의 환자를 치료했고, 점차로 늘려서 현재는 하루에 12명씩 치료하고 있다"며 "부가적으로 해 왔던 절차 등을 줄여나가면 하루에 30회까지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개소식에는 연세대 이사장인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서승환 연세대 총장, 윤동섭 연세의료원장이 참석했고, 미8군 병원장인 알리슨 엘 바티크 미군 대령도 참석해 축하했다. 개소식에는 여러 기관의 축하화환이 있었는데, 중입자치료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교실의 화분도 놓여 있었다.
연세의료원은 이날 호국보훈의 날을 맞아 국가보훈처 경찰청 소방청으로 전립선암 환자를 추천받아, 무상으로 치료하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윤동섭 연세의료원장은 "본격적인 중입자 치료가 시작되면서 기존보다 더 세심한 노력과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국가에 공헌한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초청 치료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