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의료현안협의체 간담회'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뉴스1

의사들이 기피하는 외과와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 의료 인력을 유입시키기 위해 정부가 고위험⋅응급 수술 등에서 의료사고가 났을 때 의사의 형사처벌 부담을 줄이는 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일에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하는 것의 타당성 등을 두고 국회 안팎에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8일 대한의사협회(의협)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에 큰 틀에서 합의하면서,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경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복지부에서 따르면 주요 필수 의료 과목에 해당하는 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 과목 기피 현상은 심각하다. 산부인과의 경우 전공의 충원율이 2017년 97.8%에서 지난 해 68.9%로 줄었다. 흉부외과의 경우 같은 기간 54.3%에서 34.8%로, 외과는 2017년 85.8%에서 31.7%로 급감했다.

의료계는 의사들이 필수 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의료사고 책임 문제가 크다고 본다. 환자 사망 위험이 큰 수술 등을 하다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형사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의사 단체에서는 면책 등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

지난해 의협이 1159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가가 필수 의료를 지원하기 위해 가장 우선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의료수가 정상화(41.2%)'를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이 '필수 의료 사고 민·형사적 처벌 부담 완화(28.8%)'였다. 의협은 이를 근거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이미 발의돼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필수 의료 육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필수 의료 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이 제정안은 필수 의료를 국민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분야의 의료 서비스로 규정하고 필수 의료 분야 의료진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치료하던 중 환자 생명이 위험해지는 등 문제가 생겼을 때 형사처벌 수위를 낮춰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의료사고 면책 특례법에 대해서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 지난 2월 복지부 '필수 의료 지원대책'의 내용으로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 처벌 면제 특례법 제정이 예시로 언급된 것에 대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즉각 반발했다.

연합회는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 처벌 면제 특례법 제정 논의가 아닌 의료인 의료사고 설명의무법,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법 등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의 울분을 풀어주고, 입증 부담을 완화하는 입법적 조치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특례법 제정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현행 의료분쟁조정법 체계 안에서 의료분쟁 조정을 범위를 확대하는 방법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