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뉴스1

추락·교통사고 등으로 여러 곳이 골절되거나 장기가 손상된 소아 환자 4명 중 1명만 '골든타임(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결정적인 시간)'에 병원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중증외상환자의 손상 후 내원 소요 시간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권역외상센터 응급실로 들어온 0∼9세 중증외상환자 122명 가운데 사고 1시간 안에 내원한 비율은 24.6%(30명)로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30분 안에 내원한 환자는 9명(7.4%)에 그쳤다.

중증외상환자는 교통사고나 건물에서 추락해 의식 상태나 혈압·호흡 등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심각하게 다친 환자를 뜻한다. 교통사고같이 사망 위험이 높은 중증 외상은 1시간이 골든타임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북한 귀순병 사건'을 응급의료법을 개정해 '권역외상센터'를 지역마다 설립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0∼9세 중증외상환자의 골든타임 내 내원 비율은 2018년 31.3%에서 3년 만에 6.7%P(포인트) 줄었다. 이는 2021년 기준 전체 연령대 중증외상환자 중 1시간 안에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비율 34.6%(8852명 중 3094명)보다도 적다.

앞서 지난 3월 대구에서 4층 높이 건물에서 떨어져 발목과 머리를 다친 17세 환자가 병원 응급실을 찾아다니다가 구급차 안에서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이 일로 대구지역 대형병원 4곳이 보건 당국으로부터 보조금 지급 중단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날 A씨의 구조·이송 상황을 보면 '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아 중증외상환자들이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도착하기 어려운 것은 소아응급의학과·소아외과 등 관련 세부 전문의와 치료 역량이 갖춰진 의료기관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증 외상은 다발성 손상이기 때문에 여러 분야의 전문의가 필요하고, 이런 의료 인프라가 없는 병원은 받아도 치료가 안 돼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권역외상센터나 어린이병원에서 치료를 못 해 타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 된 소아 중증외상환자들도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신생아중환자실을 갖춘 전국 상급종합·종합병원 중 소아외과 전문의를 보유한 의료기관은 31곳에 불과하다. 복지부는 소아 응급 등 필수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지난 2월 소아 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프라를 갖춘다고 발표한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