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시행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의원급 의료기관과 재진 환자 진료를 원칙으로 하되 감염병 확진 환자와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에 한해 초진을 허용하고 있다. 야간과 휴일 어린이 환자의 의학적 상담은 허용했지만 약 처방은 금지했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보고했다.
추진 방안에 따르면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경계 수준으로 해제되면서, 최근 3년간 초·재진 구분 없이 이용이 가능했던 비대면 진료는 내달부터 해당 의료기관에서 1회 이상 대면 진료한 경험이 있는 경우로 한정된다. 대면 방식으로 초진을 받은 의료기관에서 같은 질환에 대해 진료받는 경우에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고혈압과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1년 이내, 그 외의 질환은 30일 이내 대면 진료 기록이 있어야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의료기관이 없는 곳에 사는 섬과 산간벽지 거주자,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만 65세 노인, 장애인복지법상 등록 장애인, 격리 중인 감염병 확진 환자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대면 진료 없이도 비대면 방식으로 초진이 허용됐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가 환자가 약을 받을 약국을 자동으로 정해주는 '자동배정'은 금지된다. 반면 약 배송은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약사와 상의해 본인이나 대리인 가운데 수령자를 선택하는 게 원칙이지만, 섬과 산간벽지 환자,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질환자에 한해서는 직접 수령이 가능하다.
복지부는 애초에 만 18세 미만 소아 환자에 대해 비대면 방식의 초진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하지만 야간과 휴일에만 비대면 방식을 통한 의학적 상담은 허용하되 약 처방은 하지 못하게 했다.
비대면 진료는 원칙적으로 의원급에서만 허용된다. 다만 병원을 방문한 지 1년내 희귀질환 환자와 수술·치료 를 받은 지 30일 이내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의료기관과 약국이 받는 수가는 시범사업 관리료 명목으로 진찰료·약제비의 30%를 더 주는 수준으로 결정됐다. 비대면 진료와 조제 건수를 전체의 30% 이하로 제한해, 비대면 진료·조제만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 약국 운영은 막기로 했다.
복지부가 이날 발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 주요 사항과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의 발표 내용을 질의응답(Q&A) 형식으로 정리했다.
-소아 환자에 한해서는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인가.
"초진의 예외적 허용으로 보면 된다. 소아청소년과 학회나 소청소년과의사회에 자문해본 결과, 병원이 문을 닫았을 때 아이가 아플 경우 의사와 상담해 응급실을 가야 할지 등 보다 잘 대처할 수 있게끔 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결정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비대면 진료를 통한 '의학적 상담'을 허용하는 것이다."
-3달 전 소아 환자의 감기 증상으로 비대면 상담을 받을 경우 진료비는 어떻게 되나.
"초진 상담을 받으면 기존 진찰료에 30%를 더 책정해 130%의 가산수가가 붙는다. 여기에 본인부담금이 30% 추가돼 130%에 30%를 곱한 39% 정도다. 예를 들면, 진찰료가 1만원일 때 대면 진료는 본인부담금이 3000원이지만, 비대면 진료의 경우엔 3900원을 부담해야 한다."
-감기 증상이 있어 일전에 감기 진단을 받은 의료기관에 재진 비대면 진료를 신청했는데, 진료해보니 감기가 아니라 비염이라면 초진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격이 된다. 이런 경우 환자와 의료기관이 시범사업안을 위반한 셈이니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인가.
"환자 입장에서는 동일 질환이라고 생각해 진료를 받은 것이니 처벌하기는 어렵겠지만, 환자가 스스로 잘 판단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사례별로 기준이 필요한데, 시범사업을 통해 검토하겠다."
-두통 진료를 받은 병원에서 복통으로 비대면 진료를 받는 것은 불가능한가.
"불가능하다. 두통과 복통은 감기·비염처럼 같은 증상으로 혼동하기도 어렵다. 동일 기관에서 동일 질환에 대해 추가로 진료받는 '재진'의 경우에만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는 것이다."
-3개월 간 계도기간을 둔다고 했는데, 이 기간에는 비대면 진료가 어떻게 시행되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바로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8월 말까지 한시 허용 때처럼 초·재진과 약 배송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뜻이 아니다. 6월 1일부터 의료기관과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가 시범사업 형태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
다만 새로운 제도가 시작되는 만큼 의료기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소비자들 모두의 적응을 위한 계도기간을 둔다는 의미다. 3개월 동안은 복지부도 위반 사항을 단속하거나 제재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현장에 보다 정확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향후 비대면 진료의 허용 범위와 수가 등이 다시 조정될 여지가 있나.
"충분히 바뀔 여지가 있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사업 수요나 형태, 효과 등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며 세밀하게 살펴보려고 한다. 수가뿐 아니라 제도 전반에서 각계 의견을 듣고 제도를 보완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