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는 뇌에서 정서조절을 담당하는 부위의 주름이 일반인보다 적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마음의 병'이라고 여겨왔던 정서 장애가 사실은 뇌의 기능 문제라는 사실을 밝힌 또 다른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함병주 교수와 강유빈 연구교수는 25일 우울증 환자의 뇌에서 정서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 안와전두피질, 전대상피질의 주름이 약 5% 감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울증의 주요 원인은 스트레스로 알려져 있지만 개인에 따라 발병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우울함의 정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난다. 과학자들은 최근 이런 우울증 같은 정서장애가 뇌의 기능적 이상으로 발병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구진은 19~64세 성인 우울증 환자 234명과 정상 대조군 215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과 우울 증상 심각도 등 여러 임상 데이터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우울증을 겪는 경우 뇌에서 정서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 안와전두피질, 전대상피질 부위 주름이 5% 가량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부위는 부정적 감정을 인식하고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뇌 주름은 대체로 태아부터 영아 시기의 유전·환경적 요인에 의해 형성돼 이후부터는 눈에 띄는 변화가 줄어든다. 연구진은 전두엽, 안와전두피질, 전대상피질 부위 주름의 정도가 개인이 타고난 우울증 발생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는 뇌영상 바이오마커(생체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구진은 이 부위의 주름이 적을 경우 정서조절 신경회로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규만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두엽 부위의 주름 감소가 우울증 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생물학적 토대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며 "앞으로 대뇌 피질(뇌의 겉면) 주름에 대한 정량화된 데이터를 통해 개별 환자들의 우울증이나 정서조절 이상 취약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신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콜로지컬 메디신(Psychological Medicine)'에 5월 8일 게재됐다.
참고자료
Psychological Medicine, DOI : https://doi.org/10.1017/S00332917230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