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경기도 일선 보건소에는 최근 한 달 동안 수두 등 단순 피부 발진 환자 방문이 크게 늘었다.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감염을 스스로 의심한 사람들인데, 대부분은 엠폭스 감염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서 귀가 조치가 이뤄진다. 문제는 이런 단순 피부 질환 환자들 때문에 일부 보건소가 일상 업무에 차질을 빚는다는 점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엠폭스가 남성간 성관계(MSM)를 매개로 한 성매개 질환이라는 사실만 명확히 알려도 이 같은 불필요한 업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4일 국내 엠폭스 발생 현황과 관련해 "추정 감염경로, 성별, 증상 등 발생 환자 특성에 대하여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공개된 정보 수준이 국민 불안을 불식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가 확진자 성별이나 연령대는 물론,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성병(STI) 양성 여부까지 공개하는 것과 한국 정부의 대응이 비교된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3일 0시 기준 국내 엠폭스 확진자는 3명 늘어 누적 84명으로 늘었다. 지난 5월 3주(15일~21일) 동안 6명이 추가 확진을 받았다. 6명 모두 최초 증상 발현 전 3주 이내 해외 여행 이력이 없어 지역 사회 감염으로 추정된다. 전체 확진자 가운데 5명을 제외한 79명은 지난달 7일 이후 확진됐으며, 내국인이 74명, 외국인이 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자 숫자가 한 주에 10여명씩 늘었던 이달 초와 비교하면 확산세가 주춤하지만 여전히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방역당국이 감염 경로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국민적 불안감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질병청은 앞서 이달 8일 보도자료를 통해 확진자의 거주지역(수도권)과 성별(남성 96.2%)을 공개하고 성접촉 감염이 96.2%로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환자들의 주된 증상이 항문‧생식기 통증을 동반한 국소 피부병변(궤양‧종창‧발진)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하지만 연령대와 성적 지향 등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일본 국립감염병연구소(NIID)는 이달 2일까지 일본 엠폭스 확진자 129명에 대한 거주지와 성별은 물론 연령대와 HIV와 성병(STI) 감염 여부까지 공개한다. NIID에 따르면 129명의 확진자 가운데 64%에 해당하는 43명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유발할 수 있는 HIV 양성, 77%에 해당하는 57명은 성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 별로는 40대 확진자가 51명(39.5%)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30대(33.3%) 20대(20.2%) 순으로 나타났다. 성적 활동이 활발한 20~30대 확진자 비중이 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랐다. 증상이 나타나기 21일 이내에 성적 접촉이 있었다는 응답도 77.5%에 그쳤다.
국내 방역 전문가들은 질병청이 엠폭스의 확산 경로를 좀 더 명확하게 공개할 것을 주문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엠폭스가 동성간 성매개 감염으로 확산된다는 정확한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 효과를 우려해서로 보인다"며 "하지만 오히려 이런 정보를 더 명확하게 공개해야 과도한 불안을 줄이고, 감염에 주의를 해야 집단에 주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연령대를 공개하는 것을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청이 개인정보를 이유로 확진자의 연령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나이를 개인정보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정확한 정보 제공이 없으면 질병에 대한 연구도 어려워진다"라고 말했다.
연령대를 공개하면, 고위험군 집단에서도 해당 연령대에서 스스로 주의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 교수는 "정보 공개 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우려된다면,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는 것을 정부가 철저히 관리하고 막는 형태가 되어야지, 정보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식은 올바른 대응책이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엄 교수도 "정확한 나이를 공개하지는 않더라도 고위험군이 어떤 연령대인지 정도는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방역전문가들은 엠폭스 확산세가 증폭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정부가 엠폭스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3세대 백신(진네오스)을 예방접종을 시작했으며, 접종 신청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5월 3째주 기준 엠폭스 백신 접종자는 2269명이며, 사전 예약자만 3837명을 기록했다. 성소수자들이 주로 방문하는 소셜미디어에 엠폭스 백신 접종 인증샷도 줄을 잇고 있다.
엄 교수는 국내에서 "엠폭스는 대규모 확산이 될 가능성은 없지만, 소규모 환자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질병청은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성적 지향에 관계없이 엠폭스에 감염 위험이 가장 큰 사람은 감염자와 밀접한 신체접촉을 한 사람들이다"라며 "엠폭스 예방과 추가 전파 차단을 위해서는 의심증상자들이 사회적인 낙인에 대한 우려로 진료와 신고를 기피하지 않도록 감염병 환자에 대한 정보보호에 우리 사회 전체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