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사진 / pixabay

한국인이 하루에 먹는 나트륨 섭취량이 세계 15위 수준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태평양 지역 국가 가운데 중국 다음으로 가장 높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하루 권장량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어서 나트륨 섭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식품안전정보원이 번역해 발간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 나트륨 섭취 저감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인의 일일 나트륨 섭취량은 4854㎎으로 나타났다. 이는 194개 WHO 회원국의 평균인 4310㎎보다 높고 WHO가 권고하는 2000㎎보다 약 2.4배 높은 것이다.

WHO는 2025년까지 나트륨 섭취를 30% 줄이는 데 뜻을 모은 194개 WHO 회원국의 목표 달성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조치가 필요한 분야를 파악해 보다 많은 국가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나트륨을 과다 섭취할 경우 고혈압, 심장병 등 전 세계적으로 사망·장애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WHO는 성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00㎎으로 권고하고 있다.

식품안전정보원이 23일 발간한 WHO의 '세계 나트륨 섭취 저감 보고서' 번역본

지역별로 보면 한국, 중국,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등이 포함된 서태평양이 가장 많은 하루 6247㎎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동남아시아 3921㎎, 미주 3583㎎, 유럽 3445㎎, 동지중해 2792㎎, 아프리카 2687㎎ 순이었다. WHO는 서태평양이 가장 높게 나타난 배경에 대해 중국의 평균 섭취량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의 일일 나트륨 섭취량은 평균 6954㎎으로 194개국 중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은 전세계 나트륨 일일 섭취량 순위에서 15위를 기록했다. WHO이 지정한 서태평양 지역의 27개 국가중 중국 다음으로 높은 곳은 한국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4997㎎으로 한국보다 섭취량이 많지만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한국이 서태평양 지역에서 2위를 차지했다.

국물 요리와 김치, 장류 등을 많이 먹는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2000년대 하루 5000㎎을 웃돌기도 했지만, 최근 나트륨 섭취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꾸준히 줄고 있다. 정부도 2012년부터 본격적인 나트륨 저감 정책을 시행해 식품업계나 외식업계의 나트륨 줄이기를 유도해왔다.

WHO는 194개 회원국 중 강력한 나트륨 저감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가 지난해 10월 기준 5%에 불과한 9개국뿐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회원국들은 나트륨 저감 정책 실천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각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트륨 저감을 위해 ‘즉시 실천해야 하는 조치’를 이행한다면 2030년까지 전 세계인의 1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3.4%(1010㎎) 감소하고,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도 3.1%(700만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WHO는 나트륨 저감을 위해 즉시 실천해야 하는 조치로 식품의 나트륨 함량 감소, 소비자의 저나트륨 식품 선택을 장려하는 포장전면 표시제 도입, 캠페인 등을 통한 소비자 행동 변화 유도, 고나트륨 식품을 제한하는 공공분야의 정책 마련 등을 제시했다.

임은경 식품안전정보원장은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는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자극적인 맛과 불규칙적인 식사 습관을 피하는 등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 보고서가 우리 국민과 식품업계 모두에게 나트륨 저감 필요성에 대한 인식 확대와 실천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