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바이러스 약품인 타미플루. 독감 치료제로 쓰이며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에도 효과가 있다./로슈

코로나19 유행으로 급감했던 독감 치료제가 올 들어 부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유행 3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의무 착용으로 독감을 비롯한 감염성 질환 발병은 크게 줄었는데, 마스크 자율화 등으로 방역이 느슨해지면서 환자가 최근 크게 늘었습니다.

6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독감 치료 주사제인 페라미비르 성분 의약품 매출은 31억원으로 지난 2021년(2억원)에서 15배가 늘었습니다. 지난해 4분기 합산 매출은 29억원으로 2020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20억원이 넘었습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인플루엔자 A형에 의한 유행은 끝이 보이는데, 4~5월에 B형에 의한 유행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독감 치료제 성분은 크게 오셀타미비르(먹는약, 타미플루), 페라미비르(주사제, 페라미플루), 자나미비르(흡입형, 리렌자)로 나뉩니다. 타미플루는 미국 제약사인 길리어드, 페라미비르는 일본 제약사 시오노기, 리렌자는 영국 제약사인 GSK가 오리지널 개발자입니다. 현재 먹는 약과 흡입제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고, 주사제는 비급여입니다.

이들은 독감 바이러스 증식을 막아서 사멸시키는 항바이러스 의약품입니다. 바이러스는 세포 속에 자신의 DNA를 투입해 복제를 하고, 그 세포를 뚫고 나가 온몸으로 퍼집니다. 우리 몸 면역세포는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출동해 전투를 벌이는데, 이 과정에서 콧물, 기침, 인후통, 고열, 오한 등 증상이 나타납니다.

GC녹십자의 페라미플루(왼쪽·독감치료제)와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독감백신).

항바이러스제는 적진이 불어나지 않도록 봉쇄하는 역할입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항바이러스제는 완치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면역 세포가 바이러스를 진압하는 시간을 단축해 주는 용도”라며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환자들이 아무래도 힘이 덜 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증상 발현후 48시간 이내에 복용할 것을 권유합니다. 적진(바이러스)이 이미 불어날 대로 불어났을 때는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약을 먹지 않으면, 독감 바이러스를 그대로 놔두는 셈이 되기 때문에 약을 먹는 게 낫습니다.

타미플루는 의료현장에서 독감 치료에 가장 많이 쓰이는 항바이러스제입니다. ‘마라’로 알려진 팔각향이 주성분입니다. 총 5일간 투여하고, 오심, 구토 등의 소화기계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투여하면 증상이 빨리 사라지기 때문에 의료계는 사용을 추천합니다. 5일 동안 투여하는 것은 내성 때문입니다.

지난 1996년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를 받았는데,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가 타미플루가 조류독감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발표하면서 ‘블록버스터’로 뛰어올랐습니다. 타미플루 특허가 풀리기 전에는 국내에서는 독감이 유행할 때마다 타미플루 공급 대란을 겪었습니다.

지난 2016~2017년 타미플루의 특허 만료로 복제약이 쏟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한미약품이 2016년 국내 최초로 타미플루 복제약(한미플루)을 출시했고, 종근당(타미비어) 코미플루(코오롱제약) 타미비어(종근당) 플루원(제일약품) 오셀타원(대원제약) 등 국내 제약사 52곳에서 163개의 복제약을 출시해 시중에 유통하고 있습니다.

주사제인 페라미플루는 일본 시오노기제약이 개발하고, 녹십자가 국내 임상을 통해 공동개발한 항바이러스제입니다. 이 약의 주요 특허는 지난해 만료됐습니다. 국내 제약사들이 지난해부터 페라원스(종근당) 플루엔페라(JW생명과학) 바리페라(신풍제약) 등을 제네릭을 시장에 내놓고 있습니다.

5일 동안 복용해야 하는 먹는 약과 달리 단 한번만 주사를 맞으면 되고, 먹는 약과 비교해 주사제가 흡수율이 높기 때문에 효과가 좋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아직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큰 것이 단점입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통화는 “응급실에 온 환자들에게 주사제를 투여하고, 개원가에서는 먹는 약을 주로 처방한다”라고 했고, 김탁 교수는 “주사제는 한 번만 투여하면 되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라며 “경구 투여가 어려운 경우에 사용해 볼 수 있겠다”라고 했습니다.

병원마다 상이하지만 페라미플루는 1바이알(병)에 4만원 정도인데, 증상과 몸무게에 따라 사용량이 다르지만, 성인은 2바이알 소아는 1바이알을 사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해열수액 등을 함께 투여하면 가격은 10만원대를 훌쩍 넘기도 합니다. 병원에 문의해 나머지 수액 값을 빼면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