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주사 삭센다 /노보노디스크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 의약품’ 목록에 비만치료제를 처음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9일(현지 시각) 전했다.

WHO의 자문가 패널은 9월로 예정된 필수 의약품 목록 업데이트 시점에 맞춰 내달 중 새 필수 의약품에 대한 신청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검토는 미국 의사 3명과 연구원 1명이 WHO에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삭센다의 유효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를 포함한 비만치료제와 관련 복제약을 필수의약품 목록에 넣어 달라고 요청한데 따른 조치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신청자인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프 키쇼어 교수와 예일 뉴헤이븐 헬스의 샌저너 개리멜러 박사는 “현재 전 세계의 비만 부담이 크지만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하는 약물은 필수의약품 목록에 들어있지 않다”며 “심장병과 같은 체중 관련 질병으로 빈곤한 국가에서 급속도로 증가하는 사망 수를 감안할 때 건강 형평성에서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WHO는 이와 관련해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앞으로 몇 달 동안 리라글루타이드에 대한 증거를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문위원회는 목록 등재 신청을 기각하거나 추가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위원회의 검토를 마치고 업데이트된 필수의약품 목록은 9월에 제출될 전망이다.

자문위원회는 아울러 다른 유형의 체중 감량 치료에 대한 더 광범위한 평가도 진행할 수도 있다. 로이터는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성분명 세미글루타이드)’ 같은 더 새롭고 강력한 비만치료제가 중·저소득 국가들에 권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6억5000만 명이 넘는 성인이 비만으로 이는 1975년 전세계 인구 대비 비율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 약 13억 명이 과체중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70%가 저소득과 중간 소득 국가에 거주하고 있어 WHO가 필수 의약품에 비만 치료제를 포함시킬 경우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WHO의 필수 의약품 목록은 중·저소득 국가의 정부의 구매계획에 지침처럼 활용된다.

1일 1회 주사하는 삭센다는 미국에서 월 450달러, 유럽에서 월 150달러로 처방되고 있다. 체중의 5~10%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주일에 한 번 맞는 위고비는 미국에서 월 1300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최대 15%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것으로 현재까지 보고됐다. WHO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 약물을 목록에 추가해 빈곤 국가의 에이즈(AIDS) 환자들이 훨씬 더 널리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하지만 삭센다와 위고비 모두 비반에 대한 장기적 안전성과 유효성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