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 대구에 각각 사는 60대 이모씨 남매는 치매 진단을 받은 80대 어머니를 10년간 간병했다. 두 사람은 직장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각자의 거주지에서 모친이 사는 부산까지 오가며 상담과 검진을 챙기고, 치료와 돌봄 서비스를 찾아야 했다. 치매가 진행되면서 진료뿐 아니라 돌봄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이 감당해야 할 육체적, 정신적 부담도 커졌다.
이처럼 치매 환자와 가족은 점점 늘고 있지만, 치매 관리 공공 인프라인 '치매안심센터' 운영 여건은 지역별로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운영 지원 예산은 줄었고, 인력 증가 폭도 치매 환자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인력이 감소했다.
치매안심센터는 정부가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를 추진하면서 전국 단위로 확대된 지역사회 치매 관리 인프라다. 치매 환자와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상담·검진, 사례 관리, 가족 지원과 돌봄 서비스 연계 등을 받기 위해 찾는 곳으로 현재 전국 256곳이 있다.
15일 조선비즈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추정 치매 환자는 2021년 78만5089명에서 2025년 95만5585명으로 2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치매안심센터 인력은 4752명에서 5032명으로 5.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치매안심센터 운영 지원 사업 예산은 2021년 1723억원에서 2025년 1506억원으로 12.6%(217억원) 감소했다.
지역별 인력 변화는 더 엇갈렸다. 서울은 2021년 541명에서 2025년 592명으로 51명 늘었다. 인천은 274명에서 303명, 경기 845명에서 916명, 경남은 370명에서 436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부산은 327명에서 315명으로 12명 줄었고, 충북은 207명에서 202명, 충남은 308명에서 295명으로 감소했다. 전남은 353명에서 280명으로 73명(20.7%)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예산도 지역별로 격차가 있었다. 2021년과 비교해 2025년 운영 지원 예산은 충남이 25.4% 감소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인천(-21.5%), 충북(-18.7%), 경북(-17.8%), 강원(-17.7%) 등에서도 10% 후반대 감소율을 기록했다. 서울은 같은 기간 8.3% 증가했다.
치매안심센터가 맡는 업무는 치매 상담과 조기 검진에 그치지 않는다. 치매 환자 등록·관리와 사례관리, 검사비 지원, 조호물품 제공, 지역사회 자원 연계 등 진단 전후의 관리와 돌봄을 폭넓게 담당한다.
2025년 말까지 전국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누적 인원은 482만5082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누적 선별검사는 1016만9573건, 진단검사는 76만5794건, 사례관리는 18만9561명, 조호물품 지원은 39만738명, 지역사회 자원 연계는 33만6305건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가 약물치료와 인지 중재 치료, 돌봄 등을 받으며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기간을 최대한 늘리고, 요양시설 입소 시기를 늦추는 것이 치매 관리 정책의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의 질병 진행을 늦추고 지역사회 거주 기간을 늘리는 것이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은 물론 사회적 비용 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치매 역학조사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도 지역사회 거주 환자가 1733만9000원, 요양시설·병원 거주 환자는 3138만2000원으로 약 1404만원 차이가 났다.
대한치매학회가 치매국가책임제 시행 전후 가족 부담을 비교한 결과에서도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가족 비율은 2012년 27%에서 2018년 14%로, 근무시간을 줄인 가족 비율은 51%에서 33%로 감소했다.
대한치매학회는 치매안심센터가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고 지역사회 치매 관리에 기여해 온 만큼, 기능을 축소하기보다 치매 관리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호진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기획이사)는 "치매안심센터는 전국 단위로 제도화돼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드문 공공 인프라 사례"라면서 "센터 기능을 축소하거나 다른 복지사업의 인프라로 활용하기보다는 전문성을 살려야 하고 중소 도시와 농어촌, 의료 취약지에선 그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치매안심센터 인력이 일반 건강 증진 사업이나 통합 돌봄 행정 업무에 과도하게 투입되지 않도록 하는 운영 지침이 필요하다"며 "치매안심센터의 성과 평가 체계를 고도화하고, 지역별 맞춤형 모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미화 의원은 "고령화 사회의 최대 난제 중 하나인 치매에 대한 제도권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더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치매가 있어도 지역사회에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강화하고, 치매 이후의 삶이 존엄하게 영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