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치매 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지난해 약 96만명에서 2030년 120만명, 2050년 223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어르신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문재인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를 내걸고 전국에 구축한 치매안심센터가 이재명 정부의 재편 시험대에 올랐다.

보건복지부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통합 돌봄 사업과 연계해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의 기능과 인력, 업무 범위를 지역 특성에 맞게 다시 짜는 작업에 착수했다.

통합 돌봄은 노인이나 중증 장애인이 병원이나 요양 시설이 아닌 집에서 보건 의료·돌봄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및 국정 과제 중 하나다.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전문 관리 창구였던 치매안심센터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조선비즈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치매안심센터 유형별 지원 체계 마련'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이는 치매안심센터 인력과 업무 범위를 지역별로 다시 설계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울산대에서 연구 용역을 맡았으며 이르면 연내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복지부는 보고 있다.

복지부는 치매안심센터를 지역 특성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농어촌처럼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곳은 치매 검사 기능을 강화하고, 의료 인프라가 충분한 지역은 검사보다는 가족 모임 활성화, 예방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2월 제5차 치매 관리 종합 계획(2026~2030년)을 통해 이런 방식으로 치매안심센터 자율성을 높인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계에선 치매안심센터가 병원 진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조정하고, 한정된 인력과 전문성을 실제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게 집중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지향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알츠하이머병 혁신치료센터장)는 "치매안심센터는 치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치매 전 단계로 불리는) 경도 인지 장애를 조기 발견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다만 현재 치매안심센터가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인지 선별 검사(CIST)는 일상 생활에 문제가 없는 정상인에게도 이뤄져 효율성이 떨어지고 인력을 낭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본인이 기억력 저하를 느끼거나 가족이 변화를 발견해 치매안심센터를 찾은 사람을 대상으로 경도 인지 장애 선별 검사를 집중하고, 진단된 환자는 2~3년간 생활 습관과 치매 예방 방법 등을 교육하며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래픽=손민균

전문가들은 치매안심센터와 통합 돌봄을 연계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치매안심센터 본연의 기능이 흔들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통합 돌봄 과정에서 인지 저하 증상이 발견되면 치매안심센터에 검사를 의뢰를 하고, 반대로 치매안심센터에서 관리하는 환자에게 재택 방문 진료나 가사 지원이 필요하면 통합 돌봄을 통해 해결하는 식의 연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치매와 노인 돌봄을 별도로 볼 게 아니라 노인 요양 체계에서 치매를 자연스럽게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이 과정에서 치매안심센터 본연의 기능이 축소돼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자칫 치매안심센터 인력이 통합 돌봄과 관련된 업무에 투입될 경우 정작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상담·사례 관리 등 핵심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호진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기획이사)는 "치매안심센터를 통합 돌봄과 긴밀하게 연계하면서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전담 창구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연구 용역에 착수한 단계이고, 치매안심센터 존폐를 논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합돌봄 대상) 방문 건강 관리 업무는 보건소 차원에서 이뤄지는 사업이다 보니 치매안심센터와 연계해 공동 수행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 외에 통합 돌봄 관련 업무에 치매안심센터 인력이 투입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손민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