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통 기업 테라젠이텍스(066700)가 신약 개발 자회사 메드팩토(235980) 지분 매각을 결정한 지 2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신약 개발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인수 매력이 떨어진 데다, 테라젠이텍스가 재무적투자자(FI)보다 신약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적투자자(SI)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에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사실상 유일한 신약 후보물질이었던 표적항암제 '백토서팁'이 골육종 임상에서 긍정적인 초기 데이터를 보인 데 이어, 후속 파이프라인 'MP010'도 1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관건은 시점이다. 메드팩토의 기업가치가 올라갈수록 인수 매력은 커지지만, 테라젠이텍스 입장에서는 지분을 서둘러 매각할 이유도 줄어들 수 있다. 테라젠이텍스도 매각에 기한을 두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추이가 주목된다.
◇'백토서팁' 부진에 낮아진 인수 매력…대장암 3상도 자금 부담
테라젠이텍스는 2024년 11월 메드팩토 경영권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 14.7%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거래가 성사됐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테라젠이텍스의 메드팩토 지분율은 2025년 말 이후 현재까지 14.39%로 유지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재무적투자자(FI)가 메드팩토에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테라젠이텍스는 메드팩토의 신약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적투자자(SI)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드팩토의 기업가치가 낮아진 데는 백토서팁의 개발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메드팩토는 2019년 12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당시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백토서팁의 병용 가능성으로 시장의 큰 기대를 받았다. 당시 백토서팁 병용요법은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었다. 하지만 임상 과정에서 부작용 우려가 제기됐고, 임상시험 변경 계획안 부결과 2상 자진 철회가 이어졌다.
메드팩토는 이후 키트루다 대신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항암제 '임핀지'와 백토서팁을 병용해 같은 적응증의 2차 치료제로 개발을 이어가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비용 부담으로 관련 개발은 잠정 보류됐다. 이후 골육종과 대장암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선 적응증은 대장암이다. 2b·3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3상에는 수천억원대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돼 추가 투자 유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회사의 백토서팁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그동안 백토서팁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투자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성장 동력도 제한적이다.
◇골육종 임상서 긍정적 신호…FDA 우선심사권 가능성도
메드팩토가 반전을 기대하는 적응증은 골육종이다.
메드팩토는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백토서팁 골육종 2상 임상시험계획(IND) 변경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중용량 환자군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앞서 1상에서 중용량 투여군의 치료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만큼, 2상에서 용량별 효과를 비교해 최적 투여량을 찾겠다는 것이다. 회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같은 내용의 변경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메드팩토 측은 "2상 초기 데이터도 긍정적"이라며 "연말이나 내년 초를 목표로 국제 학술지 게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육종 임상이 단독요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회사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병용요법은 함께 투여하는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 등 여러 변수가 발생할 수 있지만, 단독요법은 상대적으로 임상 결과를 해석하기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백토서팁은 골육종을 적응증으로 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향후 개발에 성공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FDA 우선심사권(PRV)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PRV를 활용하면 FDA 심사 기간을 통상 10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
메드팩토는 PRV를 활용한 자금 확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PRV는 매매·양도가 가능하며 수천억원대에 거래된 전례가 있다. 2029년 제도 일몰을 앞두고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백토서팁의 골육종 임상은 2028년 종료가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PRV는 신약이 FDA 최종 승인을 받는 시점에 함께 발급된다"며 "글로벌 제약사에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MP010' 임상 진입…"가치 오르면 매각 서두를 이유 없어"
백토서팁의 임상 성과와 함께 메드팩토가 기대하는 것은 후속 파이프라인이다. 현재 2종의 전임상 단계 후보물질을 확보했으며, 두 물질 모두 조기 기술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력으로 꼽는 물질은 MP010이다. 회사는 연말 또는 내년 초 1상 IND 신청을 예상하고 있다. 메드팩토 관계자는 "통상 신청 후 1~2개월 내 승인이 이뤄진다"며 "환자 투약까지는 최대 5개월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MP010은 두 가지 표적을 동시에 인식하고 결합하는 단백질 치료제(이중표적 융합단백질)다. 제조·품질관리(CMC)가 까다로운 물질인 만큼 이 분야 경험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성진 메드팩토 회장은 이를 위해 지난 5월 우정원 대표를 영입했다. 우 대표는 신약 개발 기업 제넥신(095700)에서 임상개발실장과 사업개발실장, 단백질생산기술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메드팩토 관계자는 "MP010은 백토서팁과 유사한 기전을 가졌으나 동물실험에서 면역세포 활성화와 항암 효과가 더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재 독성 평가를 마무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 적응증은 췌장암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두 파이프라인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이어진다면 메드팩토의 기업가치도 달라질 수 있다. 대장암 임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메드팩토는 현재 대장암 임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여러 투자 유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테라젠이텍스가 곧바로 매각에 나설지는 별개의 문제다. 메드팩토의 가치가 오르면 인수자를 찾기는 쉬워지지만,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매각을 늦출 유인도 커지기 때문이다.
양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테라젠이텍스가 지분을 계속 보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