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켐바이오(176750)가 한국 기업 최초로 방사성의약품(RPT)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을 짓는다. 국내에서 생산한 방사성의약품을 한국뿐 아니라 일본·중국·대만 등 동아시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생산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지난 4일 전북특별자치도·정읍시와 방사성의약품 특화 CDMO 공장 및 연구개발(R&D)센터 구축을 위한 투자협약을 맺었다. 총 343억원을 투자하며, 공장은 연간 약 1000배치 생산 규모로 2029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김상우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현재 글로벌 제약사 3곳과 CDMO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정읍 투자를 발표한 뒤 관심을 보이는 곳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40兆 내다보는 RLT 시장…듀켐바이오 "생산기지 선점"
지난해 기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전 세계 시장에 상용화된 방사성의약품은 총 67개다. 이 중 54개가 진단용이고 13개가 치료용이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는 방사성리간드치료제(RLT)는 노바티스의 블록버스터 '루타테라'와 '플루빅토' 단 2개에 그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RLT 시장은 올해 42억3000만달러(약 6조원)에서 연평균 27.51% 성장해 2034년 295억4000만달러(약 4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임상 단계에 진입한 RLT 후보물질은 67개로 알려졌다.
바로 듀켐바이오가 들어가려는 시장이다. 김승우 전무는 "현재 임상 3상 막바지까지 가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는 RLT 후보물질은 거의 없다"며 "그런 물질이 나오면 CDMO 사업에 큰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노바티스(일본·중국)와 아스트라제네카(중국)가 동아시아에 생산시설 구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듀켐바이오가 우선 노리는 것은 '세컨드 벤더' 지위다. 방사성의약품은 원료인 방사성동위원소의 반감기 때문에 재고를 쌓아두기 어려워, 생산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물량을 공급할 '대체 공장'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전무는 "당장 수익성이 크지 않더라도 글로벌 제약사의 임상시험용 물질을 생산·납품하면서 '트랙 레코드'를 쌓아야 향후 대규모 상업 생산 계약 파트너 중에서 첫 번째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형성 초기인 만큼 시장이 전망대로 커진다는 보장은 없다. 노바티스는 지난 7월 임상 2상 중이던 '루테튬-네오B'의 개발을 중단했다. 일라이릴리도 지난 2월 RLT 전문기업 인수로 확보한 후보물질의 개발을 임상 2상 진입 전에 중단했다.
듀켐바이오는 그럼에도 RLT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기존 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암을 공략할 새로운 치료 방식이 될 수 있어서다. 김 전무는 "다만 방사선 에너지가 강한 만큼 정상 조직까지 손상시킬 수 있어, 원하는 암세포에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CDMO 넘어 자체 치료제까지…정읍서 RLT 밸류체인 구축
정읍 투자는 두 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136억원을 투입해 CDMO 공장과 R&D센터를 구축한다. 이후 207억원으로 방사성동위원소 제조센터와 원료의약품 제조센터를 짓는다.
김상우 대표는 "실제 투자액은 연간 최대 6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며 "자기자본 193억원과 시설차입 150억원으로 충분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상증자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손익분기점 돌파 시점은 2031년으로 봤다. 그는 "고정비 비중이 원가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순간 추가 매출의 상당 부분이 이익으로 전환된다"며 "2033년 공장 매출 200억원 초과 달성이 목표"라고 했다.
방사성동위원소 제조센터를 짓는 데는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되면 CDMO 고객사에 동위원소까지 함께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윤을 높일 수 있다. 이는 후발주자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자체 치료제 개발에도 같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듀켐바이오는 현재 TROP2, FAP을 포함해 총 3개의 표적을 검토 중이다. TROP2는 삼중음성 유방암 등 다수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며, FAP는 췌장암·담도암·대장암 등 상피세포 유래 암의 90% 이상에서 기질 내 발현이 확인된다.
김 대표는 "내년 상반기까지 후보물질 2개 이상을 확정해 공개할 계획"이라며 "전임상과 임상 1상까지 진행한 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단제가 든든한 기반…치료제 클수록 진단 수요도 늘어"
듀켐바이오는 국내 1위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기업이다. 2024년 기준 암 진단제 'FDG'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3.2%다. 파킨슨병 진단제 'FP-CIT'는 52%, 알츠하이머병 진단제 '비자밀'·'뉴라체크'는 94.8%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385억원, 영업이익은 74억원이었다. 전년보다 각각 8%, 47% 증가했다. 올해는 매출 400억원 이상, 영업이익 10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CDMO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진단용 사업은 회사의 현금창출원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 전국 12개 제조소에서 생산하던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을 정읍 공장에서도 만든다.
김 대표는 국내 전립선암·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성장세에 힘입어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의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봤다. 지난해 말부터 생산을 시작한 전립선암 진단제 '프로스타시크'는 지난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도 적용되고 있다.
특히 기대를 거는 건 알츠하이머병 시장이다. 현재 국내에 시판되는 치료제 '레켐비'는 투약 전 PET/CT(양전자방출 단층촬영) 검사를 통해 환자의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 여부를 확인한다. 김 대표는 "국내 허가 승인을 앞둔 '키순라'는 처방 절차상 레켐비보다 PET/CT 검사빈도가 두 배 이상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