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노사의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6개월째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후조정 절차마저 멈춰 설 가능성이 커졌다. 회사가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오는 15일 예정된 2차 사후조정을 미뤄달라고 요청하면서다. 이에 따라 10~11일 예정됐던 노사 집중교섭도 취소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9일 인천지노위에 2차 사후조정 일정 연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노위는 오는 14일까지 회사의 요청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연기 요청은 노조가 1차 사후조정 회의록을 전 임직원에게 공유하고, 회사와 대표이사를 상대로 제기한 7건의 법적 절차를 계속 진행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회사는 이런 상황에서는 사후조정이 실질적인 대화의 장으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노사는 지난 8일 인천지노위에서 1차 사후조정을 진행했다. 당시 양측은 10~11일 단체협약 관련 자율교섭을 진행한 뒤 15일 2차 조정회의에 참석하기로 일정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이규호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이 집중교섭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회사의 연기 요청으로 일정 자체가 취소됐다.
노조는 회사의 연기 요청을 두고 "교섭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발했다.
노조 측은 27차 교섭에서 회사가 "실질적인 진전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오겠다"고 밝혔지만, 1차 사후조정에서 회사가 능동적인 협상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사후조정 참여를 철회한 것은 아니며, 회사 대표가 타결 의지를 명확히 보여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노조는 특히 회의록 공개를 사후조정 연기의 이유로 삼은 회사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그동안에도 교섭 내용을 회의록으로 정리해 임직원들에게 공유해 왔으며, 회사에 공동으로 회의록을 작성하자고 제안했지만 회사가 거부해 노조가 자체적으로 작성해 왔다는 것이다.
회사와 노조의 갈등은 회의록 내용을 둘러싼 공방으로도 번졌다.
회사는 8일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노조가 사후조정 일정을 앞두고 회의록을 일방적으로 공개하고 일부 내용을 왜곡·편집해 회사를 비난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가 사후조정 철회와 모든 수단을 동원한 투쟁을 언급했다며, 조정 절차가 정상적인 대화의 장이 아니라 다른 목적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은 노조가 제기한 7건의 법적 쟁송과 최근 발생한 왜곡·비방 행위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의록을 공유한 것이 어떤 법에 저촉되는지, 회의록의 어떤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며, 회사가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한다면 법적 절차를 통해 판단을 받으면 된다고 반박했다. 노조가 제기한 7건의 쟁송 역시 교섭을 방해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회사의 위법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권리 행사라는 입장이다.
1차 사후조정에서 회사가 별도의 교섭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주장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린다.
노조는 회사가 실질적인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1차 조정회의의 목적이 회사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교섭을 위한 기본 규칙을 정하고 일정을 수립하는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노조 역시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조정위원들의 발언을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노조는 회의록을 통해 조정위원들이 회사의 소극적인 교섭 태도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했다. 회사는 조정위원들의 발언이 어느 한쪽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노사 양측 모두 진정성을 갖고 타협 가능한 안을 제시하며 협상하라는 취지였다고 반박했다.
단체협약 요구안을 놓고도 양측의 시각차가 크다. 노조는 일부 수정안을 이미 제시했다고 주장하지만, 회사는 수정된 내용도 인사제도 변경이나 인력 재배치·조직개편 등에 대해 노조의 사전 동의 또는 협의를 요구하는 등 최초 요구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향후 교섭 일정은 회사의 2차 사후조정 연기 요청을 인천지노위가 받아들일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노사 모두 교섭을 이어가겠다는 원칙 자체는 밝히고 있지만, 회의록 공개와 법적 쟁송을 둘러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임금·단체협약 협상으로 넘어가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끝까지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고자 했으나, 노조의 계속되는 합의 파기와 왜곡 비방으로 일정을 연기하게 됐다"며 "노조가 교섭 당사자로서 최소한의 책임감과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으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